비핵화 약속‧진전 없던 북미대화 재개…‘한반도 운전자론’ 현실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시작된 남북정상회담부터 27일 유엔총회까지 열흘 동안 한반도 외교에 총력을 쏟았다. 남북정상회담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문제를 두고 진전된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었고, 국내에서도 보수 야당들로부터 비핵화 관련 실질적‧구체적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강한 압박을 받던 상황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문 대통령은 “풍성한 결실”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기자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혹여 추석 명절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이 아닐까 의심도 했다. 기존과 같이 남북정상회담 자체에만 의미를 두는 정치적 행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던 것이다.

 

하지만 정상회담 결과는 기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조건부 영구 폐기 등 비핵화 약속과 남북불가침조약에 가까운 평양공동선언, 그리고 무엇보다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오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주 의제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문 대통령은 방미기간 중 인터뷰와 유엔총회 연설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재차 확인하고,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화답도 주문하는 등 중재자‧협상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실행했다.

이러한 과정들을 보면서 문득 과거 문 대통령의 외교력과 관련한 평가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앞서 타임 아시아판은 지난해 5월 4일 표지에서 문 대통령을 “‘The negotiator', Moon Jae-in aims to be the South Korean leader who can deal with Kim Jong Un(문재인, 김정은을 다룰 지도자 협상가)”, 올해 4월에는 ‘2018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The 100 Most Influential People of 2018)’ 중 한명으로 선정하며‘The Great Negotiator(위대한 협상가)’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번 문 대통령의 외교 행보와 관련한 평가는 대부분 긍정적이다. 북미대화에 진전이 없자 보수정당을 중심으로 강한 대북 압박이 재차 요구되던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다시 가져왔고, 종전선언, 나아가 통일에 대한 언급도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또한 취임 직후부터 문 대통령이 강조해왔던 ‘한반도 운전자론’을 현실화했다는 평가가 많다.

물론 앞으로 진정한 한반도 평화까지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해 보인다. 어쩌면 현재의 ‘한반도 평화’ 분위기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살얼음판과 더욱 가까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문 대통령의 행보를 통해 협상 과정에서 보인 북한과 미국, 국제사회를 향한 진정성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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