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발빠른 대응…금융위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가 변수

이미지=셔터스톡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된 가운데 KT와 카카오, 각 시중은행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T와 카카오는 각각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최대 주주 자리를, 시중은행들은 제3인터넷은행 설립에 눈독을 들이는 모양새다.

국회는 지난 20일 본회의에 상정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제정안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상한을 기존 은행법 기준 4%에서 34%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은산분리 완화 대상은 법률에서 제한하지 않고 경제력 집중 억제, 정보통신산업 자산 비중 등을 감안해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했다.

◇KT·카카오, 최대주주 등극에 ‘사활’

이러한 상황속에서 KT와 카카오는 각각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최대 주주 등극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어렵게 이뤄진만큼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대주주들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준비 과정에서 카카오와 KT가 은산분리 완화 이후 은행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게 하는 주주간 지분 매매 약정을 각각 체결한 바 있다.

카카오의 경우 현재 카카오뱅크 최대 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58%)와 콜옵션(주식 매수 청구권) 계약을 맺은바 있다. 카카오가 콜옵션 행사를 통해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 20%를 넘겨받는 방식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가 콜옵션을 행사하면 현재 보유 중인 카카오뱅크 지분 58% 중 20%는 카카오에 팔고, 추가 지분 매각을 통해 카카오의 지분보다 1주 더 적게 보유하는 방식으로 최대주주 자리를 카카오에 넘겨줄 방침이다.

KT 역시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이 보유한 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향후 시행령과 금융위원회 승인 등의 절차에 따라 유상증자와 구주 인수 방식을 놓고 논의할 계획이다. 케이뱅크의 주주간 약정에 따르면 KT-우리은행-NH투자증권 순으로 지분을 갖는 합의가 담겼다. KT는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이 보유한 의결권 없는 전환주, 전환권이 행사된 보통주, 유상증자 때 발생한 실권주를 대상으로 콜옵션을 행사할 전망이다. 이후 KT는 지분을 허용기준인 34%까지 높여 최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다.

KT와 카카오 모두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해선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현행 은행법 시행령은 주주가 의결권 있는 주식을 초과 보유하기 위해선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상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금융위가 예외를 인정해주면 가능하다. 두 기업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 만큼 최대주주 등극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종적인 판단은 금융위의 결정으로 이뤄지는데 그때 판단의 기준이 위반의 정도가 얼마나 되느냐다”라며 “신청이 들어오면 사실관계를 따져보고 당사자들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 엄정하게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 제3인터넷은행 설립에 ‘눈독’

시중은행들은 제3인터넷은행 설립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맞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NH농협·신한·KEB하나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의 경우 최근 디지지털금융에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제3인터넷은행 설립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이미 케이뱅크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신한은행은 금융지주 차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참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경우 최근 여러 차례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3인터넷은행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나은행 역시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특히 지난해에는 SK텔레콤과 합작해 모바일 금융플랫폼 ‘핀크’를 출시한 바 있다.

이에 발맞춰 금융위원회도 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금융위는 은행업에 대한 경쟁도 평가와 인터넷 은행법 시행령 내용을 바탕으로 인터넷은행 인가방침을 만들고서 이르면 내년 4월 새로운 인터넷은행에 예비인가를 내준다는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2∼3월에 추가 인가 신청을 받고 신청이 있으면 적절한 심사를 거쳐 4∼5월쯤 제3 또는 제4 인터넷은행 예비인가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