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 강화하되 기업 타임스케줄 고려 필요

'감리'가 기업공개(IPO) 시장의 주요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감리는 재무제표를 기준에 맞게 작성했는지 감독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상장사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이, 중대형 비상장사에 대해서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각각 회계감리를 맡고 있다.

 

올해 IPO 시장의 기대주로 꼽히는 여러 기업들이 감리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 18일 카카오게임즈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취소하고 내년에 IPO를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제 끝날 지 모를 감리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6월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4개월 가량 이어지고 있는 감리가 끝나지 않아 본격적인 공모 절차를 밟지 못했다. 거래소의 심사 승인을 받더라도 감리가 마무리 되지 않으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모 규모만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 하반기 IPO 시장의 '최대어' 현대오일뱅크의 상장도 감리 이슈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이밖에 바디프렌드 등 다수 예비 새내기주들이 언제 끝날 지 모를 감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감리 이슈는 올들어 특히 부각되는 모양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논란으로 감리가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은 내달께 현행 감리체제에 대한 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감리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다수 시장 관계자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상장 이후 회계 문제가 불거질 경우 그 피해는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리 강화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는 IPO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경계하고 있다. IPO를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감리가 언제 종료될 지도 모른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부분이 가장 큰 불만이다.

 

IPO는 기업에 있어 단 한 번 뿐인 중차대한 이슈다.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발판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 때문에 IPO 이벤트를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 기업은 최대한 만전을 기한다. 적기에 상장을 마무리 하지 못할 경우 경영 활동에 큰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보다 깐깐한 감리는 진행하되,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의 타임스케줄을 고려해 예상 종료 시점을 고지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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