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혁방향 맞춰 체질 개선 행보…국정농단 사태 후 계속돼 온 정치적 리스크 끝낼지 주목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일정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경복궁 주차장에 도착, 주차된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문재인 대통령 방북 동행에 이어 순환출자 완전 해소까지 이뤄지는 등 최근 삼성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현 정부 방향에 맞게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듯한 모습이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삼성을 떠나지 않고 있는 정치적 리스크를 해소시켜줄지 주목된다.

삼성은 21일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매각하며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게 됐다. 이는 지난 4월 삼성SDI가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에 따라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매각한 데에 이어 내린 조치다.

재계에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그룹으로 삼성을 꼽는다.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 중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부적으로 현 정부 재벌개혁 방향에 맞춰 조직 체질을 개선해왔다는 것이다. 

 

한 삼성 계열사 인사는 “외부에서 보면 성에 차지 않을지 모르지만 노조 허용이나 백혈병 중재안 무조건 허용과 같은 조치는 과거와 같았으면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들”이라며 “선대(이건희 회장) 때와 완전히 다른 회사가 돼 가는 것 같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삼성의 변화는 대체적으로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재벌개혁 방향에 맞춰 이뤄졌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의 방북까지 이뤄지게 되자, 국정농단 사태 이후부터 삼성을 떠나지 않고 있는 정치적 리스크가 해소될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방북은 다른 총수들과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북한의 리룡남 내각부총리는 이번 이 부회장 방북 때 “우리 이재용 선생은 보니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삼성 입장에선 당장 남북경협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거의 없지만, 이번 방북 일정을 통해 한반도 평화 및 남북경협이라는 목표로 정부와 파트너십을 보여줬다는 점은 보이지 않는 성과로 여겨진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이번 정권과 삼성의 파트너십은 이미 지난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 준공식 때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만났을 때부터 싹트기 시작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 재판을 끝내지 않은 이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스러운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정권과 삼성의 파트너십이 급박하게 이뤄지긴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여당 인사는 “(여당 내에서도) 삼성과 관련해선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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