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북·미 협상 재개시킬 ‘촉매제 역할’…남·북·미 논의 따라 ‘2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습. /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남북이 합의한 ‘9월 평양 공동선언’​으로 북미 양국이 대화를 재개할 의지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주 열릴 유엔총회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평양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가 북·​미 사이에서 촉매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는 북미 협상이 급물살을 탈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남북 정상을 향해 “성공적 회담 결과에 대해 축하의 뜻을 전한다”며 북미 간 협상 재개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아울러 미국 측은 가능하면 빨리 오스트리아 빈에서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측 대표가 회동할 것을 북측에 요청하면서 유엔총회를 계기로 다음 주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북측 리용호 외무상 간 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북미가 유엔총회서 만나 향후 협상의 방향과 틀에 합의하면 오스트리아 빈에선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한 실무적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폐기하고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북측이 계속 취해 나갈 용의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내주 열린 유엔총회를 계기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북미 간 협상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미 측에 남북 정상이 공동선언과 기자회견에서 공개하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만남의 결과는 이튿날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문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 주목된다.

◇ 유엔총회서 북미 관계 개선할 듯…비핵화 협상 진전 위한 메시지에 주목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의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한 독려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도 연설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당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리용호 외무상이 29일 북측 수석대표로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다. 미국에 대한 대결적 자세는 자제하면서도 종전선언과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제안한 리 외무상과의 뉴욕 회담도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뉴욕 회동을 통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중요한 접점이 될 수 있다. 유엔총회서 북미 외교수장의 회동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유엔총회는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협상보다 좀 더 큰 틀에서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 비핵화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이 각각 요구하는 종전선언과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더해 대북제재 문제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펼칠 가능성도 크다.

◇ 美 국무부 “비핵화가 먼저”…선(先) 비핵화 입장 재확인

미국 국무부는 20일(현지시간) 북한이 영변 핵 시설 영구 폐기 등 후속조치 이행의 조건으로 상응조치를 요구한데 대해 “비핵화가 먼저”라며 비핵화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무부는 “남북 정상의 평양 공동선언에는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은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참관이 북미 간, 남북 상호 간에 공유된 인식”이라고 밝혔다.

해더 나워트 대변인은 국무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추가 비핵화 조치 이행을 위해 미국에 상응조치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어떤 것도 비핵화 없이 일어날 수 없다. 비핵화가 가장 먼저”라고 재확인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특히 영변 핵 시설의 영구폐기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사찰단에 관해 이야기했으며, IAEA 사찰단과 미국 사찰단이 사찰단의 일원이 된다는 건 공유된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핵 폐기 관련 상황에서 IAEA가 그 일원으로 참여한다는 건 예상되는 일이다. 우리는 북한과도 대화해 왔으며 미국과 IAEA 사찰단의 참관이 상호 간에 공동 인식이다. 이는 남북 간에 공유된 인식이기도 하다”고 남북미 3자 간 공유된 사항임을 강조했다.

다만 나워트 대변인은 "우리는 한국과 직접 마주 앉을 수 있을 때 (남북정상회담 내용에 대한) 보다 자세하고 공식적인 설명을 듣길 고대한다"고 언급했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북측이 합의문에 적시한대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와 관련해 유관국 참관이 단순히 보는게 아니라 사찰까지도 포함된 것이라는 내용을 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측이) 비건 대표와 만나 구체적인 내용을 나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차 평론가는 “트럼프가 북측의 친서를 받았고 (미측이) ‘엄청난 이야기’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사찰과 관련한 내용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과거에 북한이 만들어 놓은 핵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시 이 문제를 놓고 논의할 것”이라며 “북한은 추가적인 과거 핵 폐기 부분에선 틀림없이 미측에 종전선언을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 유엔총회서 남북미 3개국의 소통이 잘 진전되면 2차 북미정상회담도 열릴 수 있다고 본다. 북미 간 협상이 급물살을 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