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단체 의견에 반응 보일 의무 없어…“국회 동의, 시행령이어서 필요치 않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이 지난 19일부로 종료됐다. 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40일의 기간이 모두 끝난 것이다. 이에 경제단체들이 정부가 개정을 추진 중인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두고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하고 있어 주목된다.

고용노동부는 40일간 제출된 의견을 법령안에 반영하는 등의 절차 이후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 심사, 법제처의 법제심사,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의 심의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후 고용부의 시행령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대통령의 재가 절차를 거쳐 관보에 게재되면 공포된다.

경제단체들은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주휴시간(실제 일하지 않았지만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합산토록 하는 내용의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시행령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사업장별로 유급휴일을 어떻게 규정했는지에 따라 근로자가 실제로 일한 시간당 받는 최저임금이 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유급휴일이 없어 1시간 근로 시 최저시급 7530원을 받지만, 유급휴일이 주2일(토·일)인 기업의 근로자는 1시간 근로 시 최저시급보다 39.7% 높은 1만516원을 받는다.

입법예고 기간 종료 전날인 지난 18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국내 대표 경제단체 10곳은 개정안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국회와 국무총리실,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에 반대 입장을 제출했다. 특히 국내 최대 사용자단체인 경총은 지난달 27일에도 반대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정부는 경제단체들의 의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법률이 아닌 시행령이여서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고, 정부 또한 입법예고 기간에 들어온 의견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는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행정지침을 통해 근로시간 수에 주휴시간과 같이 일하지 않는 유급처리시간까지 합산해 시급을 산정해 왔다. 1주일 근무시 1일을 부여하게 돼 있는 유급휴일도 일한 시간으로 같이 산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지침은 최근 ‘주휴시간은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환산하기 위한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로 실효화 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존의 행정지침을 고수하고 합법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에 나섰다.

◇ 최저임금 지키는 기업들도 법 위반으로 내몰릴 가능성


기업들은 정부의 부당하고 과도한 행정처벌 부과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기업 입장에선 주휴수당 같이 법적으로 강제되는 ‘무노동 유급임금’ 자체도 부담되는 상황인데, 정부 지침으로 인해 기업이 실제 지급하는 시급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또 시급 자체가 하향 산정돼 행정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부당한 부담에도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의견서를 통해 “기업이 실제 최저임금을 충분히 주고 있음에도 정부의 인위적, 행정주의적 잣대에 따라 법 위반에 해당될 소지가 있는 기업이 다수 존재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적법한 기업의 임금지불을 행정부가 불법화하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제계는 정부 시행령 개정 사안이 ‘입법 차원’에서 다뤄질 필요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저임금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 ‘형사처벌’ 사항이므로 최저임금 위반 여부 판단기준은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이에 “법률에 최저임금 위반 여부 판단을 위한 시급 계산시간 수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위임한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소정근로시간 수에 유급으로 처리하는 시간 수를 덧붙이는 것은 법률의 구체적인 위임 없이 형사 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이는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하며 위임입법의 한계에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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