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보유 한도, 기존 4%에서 34%로 늘려…시민단체 반발 등은 해결해야

이미지=셔터스톡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규제가 현행 4%에서 34%로 대폭 완화된다. 그동안 자본확충에 어렴움을 겪고 있던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20일 본회의에 상정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제정안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상한을 기존 은행법 기준 4%에서 34%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은산분리 완화 대상은 법률에서 제한하지 않고 경제력 집중 억제, 정보통신산업 자산 비중 등을 감안해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했다.

여야는 당초 지분 보유 한도를 25%, 34%, 50% 등으로 올리는 세 가지 방안을 놓고 논의했으나 34%로 최종 결론이 났다. 기존에는 산업자본의 경우 의결권이 있는 은행지분을 4%이상 소유할 수 없었다.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할 경우 최대 10%까지 소유할 수 있었다.

규제 완화 대상은 재벌의 무분별한 진출을 차단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대상인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은 원칙적으로 배제할 방침이다. 다만 ICT 계열사의 자산 비중이 전체 자산의 50%를 넘으면 지분 확대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빠른 외형 성장에 비해 자본확충의 어려움으로 사업에 제속도를 내지 못했다. 지난 3월 기준 케이뱅크의 자산은 수신 1조3000억원, 여신 1조원에 이르고 가입자 수는 7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 역시 출범 1년 만에 가입자 633만명, 수신 8조6300억원, 여신 7조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은산분리 규제에 가로막혀 최근에는 과거와 같은 성장은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케이뱅크의 경우 자본 부족으로 인해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대출 중단 사태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본격적인 자본확충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경우 2대주주인 카카오가 1대주주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지분을 사들이고 케이뱅크는 KT를 중심으로 대규모 자본을 확충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제3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9∼10월 중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에서 제3인터넷은행 인가 방안을 검토하고 희망 기업의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앞서 인터넷은행 설립에 도전한 바 있는 인터파크, SK텔레콤 등이 다시 도전장을 내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현행 은행법 시행령은 주주가 의결권 있는 주식을 초과 보유하기 위해선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상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두 인터넷은행 모두 자유롭지 않다. KT는 지하철 광고 IT시스템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2016년 3월 7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으며 카카오 역시 자회사 카카오M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지난 2016년 10월 벌금 1억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는 최근 입장 자료에서 “‘은행법 시행령 5조 별표 1’에 따르면 은행 한도초과보유주주 요건 심사대상은 대주주 대상 법인만 해당된다”며 “계열사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합병으로 소멸되는 법인의 벌금형 형사책임은 존속회사로 승계되지 않는다”며 관련 대법원 판례도 제시했다. 카카오가 2016년 인수한 카카오M은 지난 3일 카카오에 흡수합병됐다.

KT와 카카오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위원회가 담당할 방침이다. 금융위가 벌금형 사안을 경미하다고 판단할 경우 두 회사 모두 주식을 추가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 여야 간사들은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KT와 카카오의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수혜 여부를 법령이 아닌 금융위원회의 판단을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 합의한 바 있다.

시민단체의 반발도 해결해야 될 문제다. 현재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은산분리는 재벌대기업 중심의 독점적 경제구조가 만연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금융질서를 유지하는 파수꾼으로 작동돼 왔다”며 “맹목적으로 추진되는 은산분리 완화는 재벌대기업에 모든 자본이 집중되는 심각한 경제적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며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면 이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현명한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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