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평양공동선언문’으로 북·미 대화 재개…폼페이오 장관, 방북 가능성도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습. /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지난 18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열린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마무리된 가운데, 우리 정부는 합의문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문구로 받아내는 성과를 냈다. 문 대통령은 이달 말 유엔총회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한미 정상 간 논의에 따라 2차 북미정상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직접 전달할 구체적인 메시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남북정상의 평양 공동 선언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북미대화를 시작할 의지를 보였다. 북한이 이번 회담을 통해 비핵화 카드를 내놓음에 따라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조율하기 위한 실무협상을 시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3차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평양공동선언 다음날인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남북 정상의 성공적인 회담에 축하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트위터를 통해 환영의 의미를 보이며 “북한·한국에서 아주 좋은 소식이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을 통해 “북한이 밝힌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전문가들 참관 하에 폐기하겠다는 약속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향한 하나의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핵 신고서 제출 등 그동안 미국이 요구하던 구체적인 비핵화 리스트를 보이지 않았음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데는 의외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남북 정상이 합의한 문서에 북한의 이면적인 메시지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입장도 보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을 통해 평양 공동선언에 없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국과 IAEA 사찰단의 참관 하에 영변 핵시설 폐기를 진행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공동선언 발표 직후 “김 위원장이 핵사찰 허용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9월 평양 공동선언에 합의하면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의지를 보였다. 이에 지난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제자리걸음을 보이던 북미 간 대화도 재개될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음 주 뉴욕에서 열릴 유엔총회를 계기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날 예정이다. 또 폼페이오 장관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북한 대표자의 만남을 가능한 빨리 추진하자고 요청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비건 특별대표와 협상할 북측 대표는 최선희 외무성이 될 가능성이 커져 실무급과 장관급 협상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아울러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약속에 기반 해 북미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1년까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는 비핵화만 강조하지 않고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일정과 장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 시간표를 근거로 추정하면, 10월 중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긴 했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이나 종전선언에 대해 논의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 합의문 핵심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에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문 제5항에 보면 비핵화 관련한 구체적인 안, 특히 영변에 핵시설도 폐기할 수 있는 근거에 대해 적시했다”며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미국이 요구하는 핵 폐기 로드맵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말 유엔총회서 한미 간 이번 회담 내용 관련 내용을 논의하게 되면 비핵화, 더 나아가 종전선언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이어 “우리 정부가 미국 측과 논의가 잘 이뤄지면, 미국 측은 폼페이오 장관을 북한으로 보내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판단하긴 이르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방문한다고 밝힌 만큼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전후로 남·북·미 3개국이 특정한 자리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 평양 회담은 남북 간 상당부분 성과를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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