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사정기관 영장 청구 5번 모두 기각…조양호 회장 수사 힘받아도 오너 일가 경영 배제 가능성 낮아

각각 법원과 세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이명희(69) 일우재단 전 이사장과 조현아(44) 대한항공 전 부사장 모녀. / 사진=연합뉴스

올 봄부터 여름까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 논란이 반전 없는 드라마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검찰이 다시 한 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소환에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수사결과를 떠나 한진그룹이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 6부(부장 김영일)는 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혐의 등으로 조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지난 6월 조사를 벌인지 약 3달 만이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촉발된 논란은 조양호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등 대한항공 일가 전체로 퍼져 나갔다. 특히 이명희 전 이사장이 직원들을 상대로 폭언 등 상식 밖 행각을 벌였다는 정황이 공개되고 밀수, 탈세 등 온갖 비리 정황이 들어나면서 한진일가에 대한 사정기관들의 전방위 압박이 시작됐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정기관들과 대한항공 일가의 전적표(?)를 보면 대한항공 일가가 월등히 우세하다. 관세청이 관세법 위반 혐의로 조현아 전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경찰이 ‘물벼락 갑질’ 조현민 전 부사장에 대한 영장 청구도 기각됐다. 검찰이 폭행 등 혐의로 이명희 전 이사장에 대해 두 차례 청구한 영장도 기각, 횡령 등 혐의로 조양호 회장에 대해 청구한 영장도 기각으로 끝났다. 영장 청구여부로만 보면 대한항공 일가가 대한민국 사정기관들을 대상으로 5전 전승을 거둔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대한항공 사태가 불거진 이후 사정기관들이 충분한 증거 확보없이 급하게 조사를 진행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사정기관 인사는 “콕집어 총수일가를 겨냥해 구속을 하기엔 사안이나 증거 면에서 다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 사진=연합뉴스


다시 진행 중인 조양호 회장 소환 조사가 반전을 가져다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만에 하나 조양호 회장이 구속된다 해도 일각의 주장처럼 조씨 일가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사법처리와 관계없이 대주주로서의 자격은 계속 유지될뿐더러, 특히 경영권 승계에 있어 핵심인 조원태 사장은 별 피해 없이 이번 풍파를 마무리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재계 컨트롤타워 핵심 인사는 “대한항공 입장에선 조양호 회장의 사법처리와 관계없이 조원태 사장만 지키면 향후 승계구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음 달 교육부가 결정할 조원태 사장의 인하대 학사 학위 취소 여부는 결과에 따라 경영상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학사학위가 취소될 경우 ‘고졸 CEO’라는 타이틀이 붙게 되는데 이 점이 경영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줄지 미지수다.

한편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의 경영복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진에어 면허취소 사태를 겪으며 직원들의 총수일가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박상모 진에어 노조위원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총수 일가가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며 “만일 다시 복귀하려 한다면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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