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이달 기술성평가…내후년 과제 개시 목표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19일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한 시스템반도체 조찬포럼은 보조 의자를 2, 3중으로 놔야할만큼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뜨거웠다. / 사진 = 송주영 기자


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선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도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조 단위 대규모 예산을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 공정, 소자, 소재 등을 종합 육성해 생태계를 튼튼하게 다지는 것이 목표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달 안에 기술성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는 연내 예비타당성 검토를 끝내고 내년 기획재정부, 국회 예산 편성 과정까지 순조롭게 거친다면 오는 2020년부터는 정부 지원 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산업협회는 19일 반도체 업계를 대상으로 한 시스템반도체포럼 정기 조찬 세미나에서 정부가 검토중인 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열어 사업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주력·신사업 연계해 반도체 생태계 마련 구상

 

이날 설명회는 설계와 제조분야로 구분해 발표했다. 주로 설계 분야 중소업체가 많이 보이는 자리인만큼 소재와 소자 분야는 포함하지 않았다.

 

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사업 시스템반도체 설계 분야는 경량 프로세서와 차세대 반도체 핵심 범용 기술 개발을 통해 초고속 저전력 반도체 기술개발을 목표로 했다.

 

가전, 자동차, 바이오, 첨단기계로봇, 에너지 등 국내 주력사업 5대 분야와 연계해 신시장 설계 전문(팹리스) 반도체 업체 신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동순 전자부품연구원 센터장은 주력사업과 신사업 분야를 연계해 팹리스 사업 모델을 활성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제조는 10나노급 이하 공정장비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식각, 증착, CMP, MI, 첨단 패키지, 핵심 부품까지 전 분야를 망라했다. 원자레벨 공정 장비와 첨단 패키지 기술을 개발하고 대기업 양산라인을 활용해 신뢰성 평가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권기청 광운대 교수는 발표를 통해 초미세공정 시대에는 이를 조절하기 위해 원자 수준으로 제어하지 않으면 반도체 칩도 정밀하게 나오지 않는다이 차원에서 공정장비를 개발하고 퍼스트 무버로 시장 선점을 하자는 목표를 뒀다고 설명했다.

 

제조 분야에는 속도 1000, 전력소모 1/1000로 차세대 메모리, 소자, 공정, 장비, 부품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정부와 대기업이 1:1 연구비 투자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원천 기술을 확보하도록 할 방침이다.

 

올해 반도체 기술개발 예산 ‘0내년은?

 

정부는 그동안 반도체 기술개발 예산 편성에 소극적이었다. 이미 메모리 업계 1위에 올라선지 오래됐고 자금 유동성이 풍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어 기술개발 예산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였다. 올해도 반도체 연구개발 예산은 없다.

 

반도체 분야는 내년 150억원 규모 예산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사업은 올해 예산을 편성해 내년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예비타당성을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다.

 

한국이 정부 차원의 반도체 기술개발을 등한히 하는 동안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를 통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 2025년까지 170조원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은 정부의 지원 아래 국내 메모리 업체 주력제품인 낸드플래시를 개발할 만큼 기술력이 자랐다.

 

현재 한국 수출경제는 반도체가 나홀로떠받치는 형국이지만 이대로 가면 중국에 따라잡힐 위험이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이에 따라 정부는 자율주행차스마트가전바이오헬스케어인공지능신재생 에너지빅데이터·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 발전을 뒷받침하는 반도체 생태계 육성 방안을 검토중이다.

남기만 반도체산업협회 상근 부회장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타 업종이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반도체가 경제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반도체 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대한 시각도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분야는 앞으로 더 다양해질 것이라며 소자쪽은 두뇌를 모방하는 기술을, 설계는 인공지능 분야 공략 방안을, 장비는 원자 단위 검증과 3D 패키징 분야 등에 대한 여러 고민을 많이 하며 개발도 활발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은 행사장에 보조의자를 놓아야 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시스템반도체포럼 조찬 세미나는 분기에 한번 정기로 반도체 업계 현안이슈를 설명하는 친목 성격의 행사다. 협회는 이날 포럼에 대해 올해 사상 최대 인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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