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정책 뒤집기에 민심 ‘싸늘’…일관성 있는 추진 필요해

놀랍지도 않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가 여론 눈치를 보고 다시 거둬들이는 상황이 하루 이틀이 아니기 때문이다. 9·13 부동산 대책은 조금 다를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부는 발표한 지 일주일도 채 안된 대책안을 부침개 뒤집듯 뒤집었다. 

내용은 이렇다. 지난 13일 정부는 연일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 중심의 시장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방안으로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주택 보유세 정상화, 주택금융 대출규제 강화, 유주택자 청약 제한 등의 강력한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유주택자 청약규제에 여론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입장을 번복했다. 

당초 정부는 1주택자에게도 기회가 제공됐던 추첨제 물량 청약 우선권을 무주택자에게 모두 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규제지역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던 실수요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1주택자에게 불리해진 청약 추첨제 완화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대책 발표 사흘만인 9월 17일, 청약조정지역에서 공급되는 일부 물량은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되 남은 물량은 무주택자와 유주택자가 함께 경쟁해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리겠다며 계획을 틀었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임대사업 등록자 세제 혜택 축소’ 역시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 앞서 정부는 임대주택을 늘려 서민 주거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임대 사업자에게 취득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종합 세제혜택을 줬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 대출을 이용해 집을 구매하는 등 임대사업에 대한 세제 혜택이 일부 투기에 악용되는 사례가 나타나자 정부는 임대사업자 대출 규모 및 세제혜택 축소를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놨다. 

다행히 기존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업자들은 이번 부동산 대책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시민들은 일관성 없는 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제기했다. 시민들은 정부의 일관된 정책 기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오락가락 정책으로 국민 신뢰를 잃는다면 집값은 더욱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정부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조급하고 단발적인 부동산 대책은 시장 혼란만 키울 뿐 보완책을 세운 후 정책을 추진하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아니면 말고'식의 정치적 행보를 멈춰야한다. 국민과 소통한다는 미명하에 내놓는 간보기식 태도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세밀하고 분명하게 세운 정책을 기반으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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