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으로 문제에 대처해 방법을 찾고 개선한다면 충분히 답이 있어

 

 

2057년.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당초 예상인 2060년보다 3년 더 앞당겨질 것이란 발표 후 각종 논란들로 뜨겁다. 오해와 불안감은 커졌다. 현재 납부하고 나중에 받는 사회보험의 성격상 적립금이 고갈이 되더라도 국가가 존속하고 미래 세대가 계속 납부하는 한 연금제도는 지속되는 것임에도, 주변에서는 지금 당장 찾아야 하나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비관적인 분위기는 향후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암울한 예측과 더불어 경제 전반에 관한 공포 수준의 우려로까지 번지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지급 보장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는 것일 뿐 연금 고갈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57, 적립금의 고갈은 주어진 필연일 뿐 더 늦출 수는 없는 것일까. 전 국민의 노후 문제, 손 놓고 있을 것인가.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연금 고갈 문제의 3가지 해법

 

국민연금이 개시된 1988년부터 최근인 20186월까지, 올해 상반기 GDP 성장률을 1.5%로 가정할 때 한국 경제는 지난 30년간 매년 평균 5.38%씩 성장했고,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5.45%였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장기적으로 소폭의 차이로 ‘GDP 성장률과 동행하므로, 경제 성장은 곧 국민연금 수익률과 직결된다. 경제 성장은 두 가지로 발생한다. 양적 동인과 질적 동인, , 토지, 노동, 자본과 같은 생산 요소의 추가 투입 아니면 생산성 향상이다. 한국 경제에서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이 가속화되는 이때, 전문가들이 연금 고갈 시기를 늦출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하는 것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출산율 증대로 만15세 이상의 경제활동인구를 늘려 기존 경제 성장률을 유지 또는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한국의 현실과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2017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명대까지 떨어진 서울을 포함하여 1.05명으로, 미국 1.89, 호주 1.87, 프랑스 1.97명 등 선진국 대비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고 OECD국가 중에서는 최하위권에 속한다. 한국의 출산율이 2.1명으로 증가하면 기금 소진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복지 비용과 사회 문화적 인식으로 대대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유럽의 경험을 보면 최소 20년 후에나 효과가 나타날 만큼 장기적,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정책 시행 과정과 효과 측면에서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둘째, 연금 보험료를 인상하여 더 많이 내고, 더 조금받는 방법이다. , 매달 징수하는 보험료율을 높이고, 수령하는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낮추자는 것이다. 하지만 연금 인상은 납부하는 입장에서는 일종의 준조세로 느끼기 때문에 저항이 만만치 않고, 수령액을 낮추는 것은 연금의 기본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

 

셋째, ‘기금운용수익률을 더 높이는 방법이다. 납부한 돈을 잘 운용해서 기금을 더 많이 불린다는 것이다. 가능하기만 하면 가장 효율적이다. , 그 가능 여부와 그 방법에 대해서는 업계 최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연금 운용수익률을 올리면 된다는데

 

#1. “5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보다 연평균 1~2% 수익을 더 올리는 연기금들이 존재한다. 기금수익률을 1%만 더 끌어올려도 연간 63400억원이 넘는 돈을 더 적립할 수 있고, 연금 수급 기간을 최소 5년은 연장시킬 수 있다. 대체 투자가 문제다 국제투자금융 전문가인 전 국민연금 이사장의 주장이다. 이 경우, 전문 인력 문제와 더불어 해외 연기금의 수익률을 보면 국내에 비해 변동성이 큰데 현재 단기 평가 관행에서 장기 평가 원칙을 얼마나 충실히 지킬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2. “GDP36%에 달하는 거대 기금을 향후 50년간 매년 1% 포인트의 추가 수익률을 계속 달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 수준에서 1% 포인트 초과 수익을 추구할 때 변동성은 약 3, 손실 확률은 약 200배 이상의 위험 증가가 예상된다고 한다 학자 출신의 전 국민연금 이사장의 주장이다. 수치의 신뢰성과 수긍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변동성과 손실확률은 측정 대상과 기간, 시장에 따라 결과가 모두 다를 것이다. 국민의 생존권 문제를 다루는데, 통계 하나만으로 추가 수익률 목표를 포기할 순 없다.

 

#3. 한국 경제의 구조 변화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금리는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연금의 채권 운용수익률은 앞으로도 2% 안팎일 가능성이 크다. 주식투자에서 운용수익율을 올릴 수밖에 없다저명한 애널리스트 출신 교수의 주장이다. 논거는 충분히 타당하나, 대부분의 예상이 그렇듯 과거와 현재의 상황만을 암묵적으로 전제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그 말은, 현재의 문제점들을 타계하고 다가오는 미래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면 앞으로의 상황은 많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경제 성장 동인별로 따져보자(I): 노동 투입 확대

 

먼저 경제 성장의 첫번째 동인인 생산 요소’, 그중 생계에 가장 근간이 되는 노동측면을 보자2015년 기준 한국의 도시화율은 82.5%로 세계 2~3위권이다. 보통 인구가 도시로 유입되면서 경제 활동에 나서는데, 한국은 거의 포화상태란 뜻이다. 언뜻 노동의 양적 투입으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더 이상 없어 보인다. 더구나 최근 몇 년간 일본의 인구 트랜드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비관론이 팽배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경제활동인구마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고령화 자체만으로 심각한 문제인가. 한쪽만 보면 전체가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경제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다시 보자. 일본의 생산활동인구 증가율과 실질GDP 성장율의 관계를 보면 1999년까지는 동반 하락했으나, 그 이후부터 최근까지 생산인구증가율은 지속 감소하고 있으나 GDP성장률은 0~1% 사이를 지탱하며 동조를 멈추었다. 더 이상 고령화 = 경제 침체가 아니란 얘기다. 게다가 최근 일본 경제는 20182분기 연율 환산 3%의 성장세로 전환했다. 독일 또한 1990년대 이후 생산활동인구가 지속적인 감소세에 있지만, 현재 유럽 경제 부활을 강력하게 견인하고 있다. 경제인구가 줄어든다고 낙담만 하고 있을 일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얘기하며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라는 New Normal에 비관하여 주저앉기 보다는, 일본이 이 문제에 어떻게 적극적으로 대처했는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 고령층의 소비성향은 83.5%로 장년층 73.3%, 청년층 63.8% 보다 높아 소비의 중추로서 기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 가계의 소비성향은 199476.5%에서 201680.9%로 상승했다. 고령 인구가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고령층의 부가 핵심이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신들의 노후 보다는 부모 봉양, 자식의 교육과 보금자리 마련이 더 중요한 한국 부모의 특성에도 기인하는, 감동적이지만 가슴 아픈 현실 때문이다. 청년 실업 문제와 더불어 고령층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사회 안전망, 일자리가 중요한 이유다.

 

노동의 양적 투입 측면에는 또 하나의 기회가 있다. 바로 여성의 경제 참여 확대. 2017 WEF Global Gender Gap Report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의 경제활동 및 기회는 세계 121위다. 일본의 경우 여성의 관리직 비율을 30% 이상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여성활약추진법을 도입했으며, 기업의 성별 비율 점수를 Index하여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한국 여성의 경제 참여는 세계 최하위 수준인 만큼 의지와 실천의 문제일 뿐, 개선의 기회 자체는 활짝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 성장 동인별로 따져보자(II): 생산성 향상

 

경제 성장의 질적 동인인 생산성에서도 기회를 찾아보자. 과거 한국의 노동생산성과 GDP성장률 추이를 보면 정비례 관계를 보인다. 그만큼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변수란 뜻이다. OECD의 보고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회원국 35개국 중 29위로 열악한 수준이다. 그래도 국회예산정책처 발표를 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200757.7%에서 201669.9%로 상승하고 있다. 노동생산성은 노동량 대비 생산량이다. 인구 구조에 따라 변할 수 있고, 노동 시간을 줄이거나 기술혁신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

 

여기서 제한된 자원과 조건을 가진 한국이 향후 경제 성장을 위해 집중적으로 대응해야 할 점이 또 하나 도출된다. 바로 기술혁신이다. 한국의 GDP대비 R&D 비중은 4.24%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5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현재 한국 경제는 반도체가 견인하고 있으며, 전기차, 차세대디스플레이, 바이오 헬스 등 8대 신산업의 수출 비중은 2014년 전체 수출의 8.3%에서 201712.8%로 확대되었고, 수출액은 2018년 상반기 기준 전기 대비 23.9%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투자 패턴도 과거 대비 질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노동생산성뿐만 아니라 자본생산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 기업 내의 사업 간에는 투자 효율성이 확보되고, 한 경제의 산업 간에는 자원의 최적 배분이 이루어진다.

 

여기서, 기술과 생산성의 혁신을 모색할 때 우리는 좀 더 눈을 들어 미시적인 차원을 넘어 메가 트랜드의 획기적인 변화를 주목해 봐야 한다. 바로 4차 산업 혁명이다.

 

​경제 구조의 획기적인 변화 기회(I): 4차 산업 혁명

 

인류는 수많은 시련과 역경을 도전과 응전으로 극복해 왔다. 18세기 증기기관으로 1차 산업혁명, 19세기 전기가 산업화되며 2차 산업혁명, 20세기 ‘IT’ 혁신으로 3차 산업혁명을 거쳐, ‘인공지능, 5G, 모바일과 바이오혁신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 혁명에 직면해 있다. 피터 드러커의 뛰어난 통찰처럼 이미 일어난 미래(Identify the future that has already happened)’를 확인해 보자. 한국의 8대 신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듯, 이러한 변화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글로벌 시총 상위 기업의 순위를 이전과 비교해보면 명쾌하다. 10위권 내에 속한 기업들을 비교해 보면 이 시대의 트렌드가 꿈틀거리며 모습을 드러낸다. 2008년에는 시가총액 1위가 페트로차이나, 2위 엑손 모빌, 3GE, 4위 중국이동통신, 5위 마이크로소프트, 6위 중국공상은행, 7위 페트로브라스, 8위 로얄더치쉘, 9AT&T, 10P&G였다. 대부분 전통 제조업, , 에너지 산업, 전화와 소비재 중심이고 일부 IT 기업과 은행이 하나 있을 뿐이다. 2018년 현재 1위는 애플, 2위 알파벳(구글), 3위 아마존, 4위 마이크로소프트, 5위 텐센트, 6위 페이스북, 7위 버크셔 헤서웨이, 8위 알리바바, 9 JP모건, 10위 존슨앤존슨이 차지하고 있다. 불과 10년만에 전통 산업들이 모바일, 융복합 산업들과 투자금융 업체로 완전히 대체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트렌드에서 또다른 경제 성장의 기회를 얼마든지 모색할 수 있다. 단기 이슈는 돋보기와 현미경으로, 장기 문제는 망원경으로 비전을 가지고 봐야한다. 연금 고갈이라는 장기적인 경제 문제를 단기적인 관점으로만 바라보며 낙담할 일이 결코 아니다.

 

​경제 구조의 획기적인 변화 기회(II): 남북관계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경제구조 자체를 비약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남북관계. 골드만삭스는 남북한 통일 시 2050년 한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통일 비용은 연구기관 마다 다르나 대략 500~3000조원 가량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는 통일로 인한 경제 효과를 11천조원으로 예상했다.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토지, 노동, 자본이라는 생산요소의 추가 투입과 북한의 지하자원과 남한의 기술 통합 시너지, 동북아 물류 연결로 인한 생산성 향상의 가능성 자체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 경제는 남북 경협 활성화 정도에 따라 근본부터 다시 재편되며 재도약할 수 있는 기로에 서있다.

 

◇결국은 현실 인식, 균형 감각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듯, 근거 없는 막연한 긍정은 독이다. 현실을 냉정하게 있는 그대로바라볼 때 희망은 능동적인 목표로 전환된다. 반대로, ‘인지된 리스크는 위험이 아니듯’, 부정적인 시각으로 현재의 문제를 시정하고 미래를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면 이러한 관점은 큰 힘이 된다. 다만,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검토없이 특정 부분에 치우쳐 감정적 대응과 대안 없는 비판에 머무는 것이 문제다. 우리에겐 아직 40년의 시간이 더 남아 있다.” 적극적으로 문제에 대처해서 방법을 찾고 개선해 나간다면 충분히 답이 있다. 그래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누군가는 반문할 것이다. 최악의 가정으로 GDP에는 변화가 없더라도 ㈜대한민국의 가치를 올리는 방법이 있다. , 기업이나 생산물의 실물 가치가 아니라 상장 기업들의 평가 가격을 올리는 것,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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