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두 번 울린 ‘사기분양’ 논란…전국 곳곳에서 불만여론 들끓어

현대산업개발이 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 내 주민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문제가 된 곳은 운정신도시 내 최대 규모 단지로 알려진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입주민들은 현대산업개발이 사기분양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현대산업개발은 홍보 당시 아파트가 녹색건축 인증 최우수(1등급)(예정)’으로 지어질 것이라는 문구를 홍보카달로그에 삽입했다. 이외에도 홈페이지, 블로그 등 모든 홍보물에는 이 부분이 강조됐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할 수도 있는 녹색건축 인증 제도는 쉽게 말해 건축물이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지어졌는지 평가하는 제도다. 평가 점수에 따라 최우수(1등급), 우수(2등급), 우량(3등급), 일반(4등급)의 네 등급으로 나뉜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수분양자들에게 주변 단지 대신 아이파크를 선택한 것도 이런 부분들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4등급을 받았다. 바로 아래 단계도 아닌 최하등급이라는 소식에 입주민들은 분노했다. 알고 보니 분양 당시 녹색건축 인증은 확정된 상태가 아니었다. 분양은 1월에 이뤄졌고, 인증결과는 2월에 발표됐기 때문이다. 입주민들은 현대산업개발에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항의가 6개월 동안 이어지자 지난달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홈페이지에는 한 공지문이 올라왔다. 녹색건축 인증 최우수(1등급)이라는 문구는 단순표기 오류였다는 현대산업개발의 공식입장이었다. 한 입주에정자는 분양할 때는 온갖 사탕발림으로 유인하더니 이제 와서 단순표기 오류라니 황당할 뿐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예정자들의 공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현재 현대산업개발은 3000세대 주민들에게 동의서를 받고 있다. 간단한 변경사항에 대한 공사를 실시하는데 주민들의 동의를 받고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동의서는 80%가 동의하면 효력을 작용한다. 그런데 이 동의서에는 단순표기 오류였다는 공지문도 삽입됐다. 주민들은 진정한 사과 한마디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는 꼼수라며 동의서 싸인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입주예정자들은 평생 모은 돈으로 혹은 평생 갚아야할 대출금을 떠안고 분양을 받았을 것이다. 후분양제가 아닌 이상 선분양제도하에서는 홍보문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이 분 홍보문구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하는 이유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입주예정자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버티다가 단순표기 오류라는 공지문을 조용히 올린 것도 모자라 이 부분을 관련성이 없는 동의서에 슬그머니 끼어넣었다. 국내 대형건설사의 대응방식이 이런 방법밖에는 없었는지 의아스럽다.

 

사실 현대산업개발이 허위·과장 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나 법원에서 조치를 받은 사례는 한 두건이 아니다. 이 때문일까,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10위를 차지했다. 한때 4위까지 올랐던 성적에 비하면 초라한 위치다. 시공능력평가에는 건설사의 평판·신뢰도 등의 신인도가 반영된다.

 

지금 현대산업개발에 가장 필요한 것은 하락한 이미지 회복이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사기분양을 검색해보면 아이파크가 등장한다. 기자는 어제도 현대산업개발의 사기분양을 해결해달라는 다른 지역 아이파크 입주예정자의 제보를 받았다. 이처럼 여기저기서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불만여론은 터져 나오고 있다.

 

떨어진 민심은 다시 주워 담기 어렵다. 현대산업개발은 지금이라도 고객 중심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현대산업개발이 외치던 정도경영이 무엇인지 꼭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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