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둘러싼 주요 이슈 있을 때마다 검찰 수사 고삐…정부와의 파트너십과는 무관하게 수사 확대 추이 주목

18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군 1호기에 탑승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구속영장 기각 후 힘이 빠질 듯 했던 삼성 노조와해 의혹 수사가 다시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장 기각이 오히려 검찰의 수사가 거세지는 촉매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압수수색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방북 직전 진행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는 지난 17일 노조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경기도 용인에 있는 에버랜드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관련 문건과 하드디스크를 확보했다. 검찰은 에버랜드가 직원들의 노조 가입을 방해하거나 탈퇴를 종용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하고 지난 4월부터 수사를 벌여 왔다.

앞서 검찰은 이달 7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이상훈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검찰은 12일 “상하지휘관계에서 상사가 수년간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노조파괴 공작 사실을 보고 받아왔다면, 이를 승인 지시한 것이라고 봐야 하는데도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경험칙과 조리에 반하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의 2인자인 이 의장 구속영장 기각 후 일각에선 수사 동력이 꺼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이 의장은 향후 수사가 윗선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지를 결정할 핵심 인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허나 이 같은 예상을 뒤집고 검찰은 에버랜드로 수사망을 넓혀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검찰 수사 중 핵심인물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벌어지는 상황은 2가지 중 하나다. 수사가 일단락되거나 추가 증거를 찾기 위해 수사가 오히려 확대되는데 삼성 노조와해 의혹의 경우 후자에 가깝다.

재계에선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 또 한 번 반복된 삼성을 둘러싼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에 주목한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부가 파트너십을 형성할만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검찰 수사는 고삐를 바짝 당기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신(新)공장 준공식에 참석, 이 부회장을 만났던 당시 삼성 노조와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상훈 의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김동연 부총리가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이 부회장을 만나 간담회를 가진 다음날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을 기획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노무담당 전 전무가 구속됐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한 사정기관 인사는 “꼭 수사를 일부러 특정 일정에 맞춰 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외부 이벤트와 관계없이 수사원칙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경제계는 이례적인 이 같은 상황에 다소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한 재계 인사는 “방북을 하는 상황에 수사는 계속되는 모습을 보니 어떻게 해석을 해야할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18일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공군 1호기에 최태원 SK회장과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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