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북제재 강화 속에서 오히려 부담일 수 있어…노동력 활용 장점 누릴 수 있을지도 여전히 의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최태원 SK회장. / 사진=연합뉴스

남북정상 회담 수행원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북한을 갈 경제인 명단이 확정됐다. 일각에선 재판 중인 총수가 포함된 것 등에 대해 지적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당장은 실익을 기대하긴 어렵고 오히려 우려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방북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할 명단을 발표했다.

각계 각층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지만 가장 기대를 모았던 부문은 역시 경제인 명단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외한 4대 그룹 총수들이 포함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 대신 김용환 부회장이 현대차를 대표해 명단에 포함됐고 최근 남북경협에 공을 들이고 있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동걸 한국산업은행총재, 오영식 코레일 사장 등이 북한을 찾는다. 경제단체 중에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포함됐지만 예상대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명단에 없었다.

기업들의 우려가 불거지는 가장 대표적 이유는 미국이다. 남북정상회담과 별개로 미국은 대북제재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17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날은 남북정상회담 당일로 일부 회원국들이 대북 제재 이행을 방해하려 한다며 마련한 자리다. 남북이 어떤 조치를 취하든 대북제재 방향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 기업들이 이번 방북을 통해 대북사업에서 기회를 모색하긴 힘들 수밖에 없다. 한 외국계 컨설팅 임원은 “미국 대북제재 완화 없이는 어떤 기업도 남북 평화무드의 수혜를 기대할 수 없다”며 “쉽게 오르지 않는 주가가 이를 방증한다”고 장밋빛 전망을 경계했다. 실제로 미국재무부는 지난달 대북제재를 위반한 러시아 기업 두 곳에 대해 추가 제재를 하겠다고 밝혔다.

오히려 사업기회는커녕 미국에 미운털이 박히진 않을지 걱정해야 하는 형국이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주무대는 미국이다. 반도체 뿐 아니라 가전, 스마트폰 부문에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 입지를 탄탄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대표적인 프리미엄 시장인 미국에서 확실하게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방북과 별개로 미국정부를 자극시키지 않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미국 대북제재를 고려하지 않고 마냥 북한과 경제협력을 꾀하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선 재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이 방북단에 포함된 것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지만, 삼성 입장에선 오히려 손해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이번에 미국 일정으로 방북 명단에서 빠졌다. 심지어 북한과 기존에 활발한 대북사업을 이어오던 현대그룹조차도 미국 대북제재 완화 없이는 쉽게 재개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미국 대북제재 변수를 제외해도 문제는 남는다. 당장 북한에서의 사업이 얼마나 우리 기업들에게 매력적일지에 대한 문제다. 북한의 노동력 활용 등을 이야기하지만 마냥 긍정적으로만 기대하기는 무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북경협의 장점을 이야기하며 북한의 노동력 활용을 꼭 거론하는데,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 얼마나 활용 가능한 고급인력인지에 대한 문제는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방북을 통해 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가시적이고 경제적인 이득보단 부수적인 부분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훗날 남북경협의 길이 열리게 될 때 사업진출 우선권을 갖게 될 수 있고 현 정부와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행보를 이어갈 수 있다. 또 남북화해 무드 조성에 함께 했다는 평가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극히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남북화해무드로 당장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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