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 교환협정은 정기적인 단순 계좌정보 교환…‘차명 개설’ 경우 지루한 시간 싸움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가 간 금융거래 정보를 교환하는 ‘다자간 금융정보 교환협정’ 대상국이 연말까지 98개국으로 늘어난다. 이 협정에 따라 스위스에 계좌를 튼 우리 국민의 금융정보도 국세청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비밀계좌에 대한 접근성이 이전보다 높아졌지만 조세범에 대한 계좌추적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세청은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 65개와 개인 28명 등 총 93명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조세회피처인 케이만군도와 BVI(영국령 버진아일랜드)로부터 받은 금융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올해는 금융 정보를 제공받는 국가가 스위스를 포함, 78개국에서 98개국으로 확대된다.

 

세무업계는 국내 범죄 혐의와 관련된 해외 계좌를 조사하는데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세기의 비밀계좌로 불리는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에 대한 접근이 실제 가능한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스위스 은행의 빗장풀기 시도는 전 세계적 추세가 되어 가고 있다. 앞서 2007년 미국 국세청은 캘리포니아 부동산 재벌의 탈세를 스위스 UBS 은행이 공조한 사실을 파악하고 비밀계좌를 보유한 자국민의 신상정보를 파악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이 은행에 비밀계좌를 가진 미국 납세자는 5만2000명, 액수는 148억달러에 달했다.

한국 국세청이 스위스 현지 은행의 계좌정보에 접근이 가능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탈세를 목적으로 비밀계좌를 개설한 조세범에 대한 조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미 국세청은 특정 조세범에 대한 계좌정보를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을 체결한 국가에게 요청할 수 있다. 실제 최근 국세청은 포스코걸설이 스위스 은행에 계설한 비밀계좌에 대한 정보를 스위스과세당국에 요청해 받아낸 바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교환협정은 정기적으로 양 당사국이 금융 계좌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라며 “이미 특정 조세범에 대한 계좌정보는 조세조약에 따른 요청으로 받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 비밀계좌에추적은 이전처럼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사정당국이 탈세범에 대한 신상정보를 파악하고 해외 당사국에 비밀계좌 정보를 요청하더라도 차명으로 개설했다면 탈세범과 연계성을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국제조세에 능통한 한 세무사는 “스위스 은행의 특정점포에 계좌를 개설한 특정인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면서 “탈세를 목적으로 했다면 본인 명의가 아닌 차명이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전처럼 시간과의 싸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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