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사업 결단 vs 승계구도 지원…엇갈린 해석

한화케미칼의 한화첨단소재 유상증자 참여 결정에 투자자들의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한화케미칼의 주가가 주가순자산비율(PBR)0.53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화케미칼의 한화첨단소재 유상증자 참여 결정에 투자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한화케미칼의 주가는 일단 바닥을 다지며 주가순자산비율(PBR)0.53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화케미칼은 전일대비 1.31% 상승한 1만9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소폭 상승이지만 유상증자 결정이후 주가 하락폭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11일 종속회사 한화첨단소재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한화첨단소재는 기타자금 4395억원과 시설자금 633억원 등 총 5028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600만주를 발행하며 한화케미칼은 이 물량을 전량 인수한다.

 

한화첨단소재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으로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나눠 보유하고 있던 한화큐셀코리아 지분을 모두 인수하고 흡수합병한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던 한화큐셀코리아와 한화첨단소재의 합병 법인은 한화케미칼의 100% 자회사가 된다.

 

◇태양광 시장 변동에 기민하게 대응한다지만 …'오너가 회사' 에이치솔루션에 자금유입 주목

 

이번 유상증자를 두고 한화 측에서는 일단 태양광 사업의 지배구조를 단순화시키고 시장 변동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는 포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5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하는 결단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증권가에서 이번 유상증자와 흡수합병에 부정적인 시선이 나오는 이유는 화학업종 호조 속에서 벌어들인 돈을 오너 일가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된다는 해석 때문이다.  태양광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한화큐셀코리아 지분을 인수하는 데 PBR 1.1배 가량을 지급한 것은 오너가에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특수성이 작용했다는 이야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전무는 한화솔라원 시절부터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사업실적을 통해 그룹내 입지를 강화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한화큐셀코리아 인수가가 적정한지는 정답이 없지만 이번 유상증자에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큐셀코리아의 지분 9.97%를 보유하고 있는 에이치솔루션(구 한화S&C)은 한화그룹 오너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에이치솔루션은 전신인 한화S&C 시절부터 그룹내 일감을 통해 매출을 올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화S&C는 한화그룹의 정보시스템 통합 자문과 구축 및 관리를 담당하면서 지난 2016년 전체 매출액 3671억원 가운데 2531억원을 한화그룹에서 벌어들였다. 이후 계열사 일감 규제 때문에 도마에 오르자 지난 2017년 정보시스템 관련 사업을 분리하면서 에이치솔루션과 한화S&C로 물적분할을 실시했다. 

 

에이치솔루션은 물적분할 이후 한화S&C 보유지분 11.6%를 매각하면서 3440억원을 확보했다. 한화첨단소재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한화큐셀코리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에이치솔루션은 540억원 규모의 교부금을 확보했다. 최근 1년새 4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엇갈리는 증권가 반응…한화케미칼 재무여력 부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반응 역시 갈리고 있다. 부정적인 쪽은 불확실한 태양광사업에 투자하면서 화학 사업에 투자할 기회를 잃었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일단 태양광 사업으로 인한 화학 사업 투자 축소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석유화학·방산·태양광에 5년간 22조 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투자 여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태양광 부문은 석유화학·방산을 합친 것과 같은 규모인 9조 원 투자가 이뤄진다.

 

한화케미칼의 재무여력은 넉넉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1년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6400억원 규모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한화케미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994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상증자 참여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지분이 나눠져 있던 태양광 사업의 지배구조를 단일화하는 만큼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태양광 보조금 정책 변화로 인해 2019년 태양광 수요증가에 불확실성이 있지만 2020년부터 신흥국과 선진국 모두 태양광 설치수요 증가가 다시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는 태양광 사업의 성장을 위한 전략실행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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