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보조금 규모 증가 계획‧SPC 설립 속도로 수요 창출 구조 형성… 내년 2000대 보급 앞두고 물량 생산 관건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민관이 협력해 수소경제 활성화에 나서는 가운데 국내 유일 수소승용차인 넥쏘의 시장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수소차 관련 보조금 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민관 협력으로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세운 내년도 수소차 2000대 보급이라는 목표를 두고 현대차가 넥쏘 물량 공급 문제를 선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2일 수소충전소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위원회는 내달 2일까지 SPC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SPC는 가칭 '하이넷'으로 명명되며, 주식회사 형태로 약 2000억원 규모의 자본금을 마련해 오는 2022년까지 약 100기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 4월 출범한 설립위는 현대차, 한국가스공사, 효성중공업, SK가스 등 15개사가 소속돼 있다.

수소충전소 부족 문제는 그간 수소차 보급의 발목을 잡아왔다. 현재 전국에 설립된 수소충전소는 10기로, 오는 2022년까지 310기를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보급계획을 달성하기까진 갈 길이 멀다. 수소충전소의 경우 설립 초기 비용이 막대해 민간에서 먼저 투자하고 수익을 회수하는 자생적인 사업 구축이 어렵다. 연료를 충전할 곳이 없으니 차량 보급도 더뎌지며 악순환 구조가 지속됐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추진단 관계자는 “충전소가 없다면 소비자와 생산자의 연결이 불가능해 시장이 활성화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소충전소 SPC가 올 연말까지 설립이 마무리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충전소 구축에 나서는 까닭에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지 주목된다. 그간 일부 대기업 특혜 논란으로 인해 정부가 앞장서지 못했던 충전소 구축사업도 SPC 설립과 함께 가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도 수소차 보급 목표를 2000대로 잡으며 보조금 규모를 확대하며 나섰다. 환경부는 내년도 수소차 구매보조금 관련 예산에 450억원으로 책정해 총 2000대 구매보조금을 지원키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수소차 1대당 지급액은 2250만원이고 지자체별 1000만~1250만원의 추가 지원금까지 더하면 최대 35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저공해차 세금감면도 720만원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이 같은 수혜는 국내 유일 수소승용차인 현대차의 넥쏘에 집중될 예정이다. 보조금을 통해 넥쏘가 3000만원대 중반으로 내려앉은 데다가, 정부 목표 보급대수까지 늘면서 내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 기틀을 형성할지 주목된다. 지난 3월 고객 인도가 시작된 넥쏘는 지난달까지 국내 누적판매대수 251대를 기록하며 1세대 수소차인 투싼 ix가 지난 2015년에 세운 최다 판매기록 269대를 바로 따라잡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넥쏘의 물량 생산이 더뎌 모처럼 확대된 정부 보조금 수혜를 누리지 못하며 올해와 비슷한 판매량을 기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5월 추경을 통해 올해 수소차 보조금 예산을 112억5000만원으로 확대하며 올 연말까지 총 746대의 수소차에 보조금을 지원키로 했다. 

 

넥쏘는 올 상반기 사전예약만 1500대가 넘을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방증했지만, 예상과 달리 월 평균 40대 판매되며 보조금 지원 수량 중 30%에 해당하는 물량조차 인도하지 못하는 상태다. 현재 넥쏘는 울산공장에서 투싼, G80 등과 혼용생산되며 일일 7대 미만으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넥쏘 생산을 위해 설비를 확충하지 않는 한 생산량은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며 국내서 유일한 수소승용차인 넥쏘의 공급이 더뎌질 경우 수소차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보급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넥쏘의 수출로 인해 국내 물량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중 유럽 및 미국 시장에 넥쏘를 본격 수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넥쏘의 수출용 물량을 마련해야 할 경우 국내 물량 공급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시장보다 수소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진 해외 시장에 대부분의 물량이 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는 과거 1세대 수소차 모델인 투싼 ix도 유럽 시장을 주요 판매처로 겨냥했을 뿐만 아니라, 오는 19일 하노버 상용차 박람회서 제원이 공개되는 수소전기트럭 역시 유럽 시장에 우선 출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까진 유럽이 국내보다 수소동력원 사용에 익숙한 시장이라고 본다. 하지만 국내 공급 물량을 해외 시장으로 돌리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