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 희망나눔 운영위원, 일반인 관심 호소…말벗, 미술놀이 등 다양한 봉사 활동

우리 주변에는 적지 않은 봉사단체들이 있다. 나름대로 봉사 목적과 취지가 뚜렷한 편이다. 하지만 실제 봉사를 받는 당사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해 움직이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이같은 현실에서 주로 독거노인을 방문해 봉사를 진행하는 단체가 사단법인 희망나눔협의회다.

이 단체의 초창기부터 함께 하며 분주하게 활동해왔던 김경진 한국영상대 외래교수를 만나 단체의 봉사 취지와 연혁부터 실제 활동 내용에 대해 들어봤다. 김 교수는 단체 출범 직후부터 5년간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직접 봉사활동을 담당해왔다.

김경진 희망나눔협의회 운영위원 / 사진=시사저널e
사단법인 희망나눔협의회는 일반인들에게 낯설다. 협의회 연혁과 역할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희망나눔은 지난 2013년 6월 복지취약계층의 독거노인 문제 전반에 대한 국민운동을 전개하고자 백세시대나눔운동본부로 공식 출범했다. 이어 2017년 12월 희망나눔협의회로 명칭을 변경한 비영리민간단체다.

중점 사업으로는 독거노인 외로움과 이로 발생하는 심리적, 신체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일촌맺기운동이 있다. 이는 독거노인과 희망나눔 회원이 일대일로 매칭돼 매달 수시로 어르신 댁을 방문하는 것이다. 단순히 노인들 고독감 해소뿐만 아니라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 파악과 안전확인, 생활교육 등 예방적 복지실현과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사업이다.

지난 2013년 9월 마포구 40가구 어르신 방문사업으로 시작된 일촌맺기운동이 현재는 서울시 여약사회 소속 약사들의 지역 어르신 방문과 사회보장정보원 임직원으로 구성된 희망복지봉사단 등으로 서울시 25개구 500여가구로 확대되고 있다.

협의회가 다른 봉사단체와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다면 설명해 달라.  

희망나눔은 어르신들의 경제적, 정서적, 신체적 어려움을 지원한다. 그 지원이 편파적이고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게 어르신들 고충에 대한 지속적이고 구조적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일촌맺기운동은 지금까지도 소중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고 또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 처음 만남을 회상해보면 낯선 이들 방문에 대부분 어르신들은 경계했고 가끔 환영 받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공감대가 형성돼 명절이나 연말에만 찾아와 이벤트성이나 일회성으로 방문하는 봉사라기 보다는 사진과 기사가 어떻게 나갈 것인가에 더 신경 쓰는 분들도 꽤 다녀가 아쉬웠다는 말씀을 해주시기도 했다.

실제 독거노인을 찾아가 봉사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함께 하는 봉사자들 모두가 “부모를 입양했다는 생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독거노인과 봉사자들이 가족이 됐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방문이 일회성이 아니라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끝까지 함께 하는 것이 이 단체가 중점을 두는 부분이다. 혼자가 아니라 말벗은 물론 고민을 털어놓고 공유할 수 있는 사이로, 정서적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봉사 과정에서 김 교수가 주력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지?

기업이든 개인이든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 가장 큰 만족감(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먼 미래에는 내 재능을 기부하며 살겠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우연이지만 이렇게 희망나눔과 일찌감치 함께 하게 돼서 소소한 만족감에 감사할 뿐이다. 더욱이 훌륭한 운영위원들을 매달 한두 번 만나 뵈면서 긍정적 에너지까지 나눠 받으니 저에게 있어 희망나눔 활동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요즘 유행하는 단어 ‘소확행’이라고 할 수 있다.

독거노인들이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외로움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등 가족이 필요한 때는 더욱 더 외로워지는 것이 독거노인들이다. 실제 명절 전후로 독거노인들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9월에도 명절 직전인 오는 16일 독거노인들을 찾아가는 일정이 예정돼있다. 봉사자들이 가족 역할 즉 대화나 안부를 묻고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것에 대한 대행을 독거노인들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희망나눔협의회 운영위원들이 독거노인을 찾아 봉사하는 모습. 사진 왼쪽이 독거노인.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김경진 운영위원. / 사진=희망나눔협의회
봉사에 관심을 갖고 추진하려는 일반인들은 어떻게 협의회에 참여할 수 있는지 알려 달라. 


참여방법은 개인과 단체 구분 없이 4가지가 있다. 첫째 희망나눔 회원 가입을 통한 정기후원이 있다. 둘째 비정기, 일시적 후원 및 각종 사업에 후원하는 것이다. 마음은 있어도 직장에 매이거나 생계문제로 봉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재능기부를 통해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셋째 희망나눔 각종 사업에 물품을 후원해주는 방법이다. 생필품, 필수의약품 등은 독거노인 생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독거노인들의 지친 손을 잡아줄 자원봉사자 참여도 기다리고 있다. 작은 실천으로 ‘더 큰 세상, 더 따뜻한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향후 봉사 대상과 시기를 늘려갈 의사는 있는지?

현재 독거노인을 위한 방문봉사는 초반부터 진행됐던 마포구 지역 어르신들과 사회보장정보원 임직원들의 희망복지봉사단, 서울시 여약사위원회 봉사단 등으로 구분돼있다.

지난 2014년 5월부터 진행된 희망복지봉사단의 봉사는 광진구 등 6개구에서 진행된다. 2016년 9월 개시된 서울시 여약사회 봉사단은 서초구 등 16개구에서 진행하고 있어 총 23개구에서 방문봉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지역이 총 25개구니까 결국 거의 전 지역에서 매달 한번씩 방문봉사가 진행되는 셈이다.

이에 희망나눔은 독거노인뿐만 아니라 조손가정, 지역공동체 등 소외계층으로 봉사활동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019년 상반기부터는 서울시 일촌맺기운동 가구 수를 늘려 더 많은 지역 어르신과 지역기관 및 단체들 만남을 통해 현장활동 고령화에 따른 노인복지정책 해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봉사 과정에서 에피소드나 외부에 알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 

한 분만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에피소드가 있다. 이모 할머니의 경우 처음에는 봉사자들 방문을 꺼려했다. 심지어 방문을 했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아 그냥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봉사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불편해하고 귀찮아하는 분이었다. 하지만 우리들이 계속 방문하자 마음을 열어주신 분이다. 지속적 만남을 통해 미술놀이도 하고 동물 이야기도 적지 않게 하는 과정에서 어르신이 물고기를 키우고 싶어 하시길래 물고기 7~8마리를 갖다 드렸다. 관리가 쉽지 않다고 하셨지만 키우는 동안에는 물고기 때문에 살맛이 난다고 하기도 할 정도로 정성을 쏟았던 것이 기억난다. 봉사에 있어서 지속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  

또 다른 김모 할아버지는 직접 먹을 갈아 한자를 쓰는 취미를 갖고 계신 어르신이다. 자주 찾아 뵈면서 그림뿐 아니라 제가 희망하는 글씨까지 정성스레 써 주시곤 했다. 어느 봄날 주셨던 ‘입춘대길’ 붓글씨나 관혼상제 등에 관한 종이봉투는 지금까지 소중히 간직하고 요긴하게 쓰고 있다. 내 것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스스로에게도 만족감을 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제가 미술을 전공해서인지 어르신과 소통을 미술놀이를 통해 이어가곤 했다. 심리학 측면으로 보면 상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그래서 마음속에 있던 자신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만으로도 치유나 힐링 경험을 할 수 있다. 미술도구로 어르신 심리를 읽고 파악하며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독거노인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아픈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옛날 어릴 적 살던 고향을 그려보면서 좋은 추억과 함께 이른바 힐링을 하는 것이다. 1시간 정도 어르신이 직접 크레파스로 색칠도 하고 그림을 그려가면서 동심의 세계로 다녀오는 것도 좋은 놀이이며 심리를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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