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ROA·ROE 전년 동기比 0.02%p↓, 0.11%p↓, 연체율 0.08%p↑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을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이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들은 올해 상반기 들어 이자이익에 기댄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익을 기록했지만 은행 수익성 지표들은 정체되는 반대 모습을 보였다. 이익창출 능력이 저하됐다는 뜻이다. 차후 당국의 대출 규제가 더 강화되거나 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의 대출 부실화가 커질 경우 은행들의 수익성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의 수익성 지표들은 저하되고 있다. 비이자수익 감소, 비용 증가, 대출 연체율 증가가 원인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먼저 은행권의 수익성 지표는 모두 저하됐다. 올해 상반기 중 국내 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69%,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8.91%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ROA 0.71%, ROE 9.01%) 대비 각각 0.02%포인트, 0.11%포인트 하락했다.

ROA는 은행이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다. 은행권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음에도 수익성 지표가 떨어졌다는 것은 대출자산 증가에 비해 수익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ROE는 은행이 투입한 자기자본으로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은행의 이익창출 능력을 보여준다. 은행권이 국내 상반기까지 대출 이자를 바탕으로 8조4000억원의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진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중 국내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69%,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8.91%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ROA 0.71%, ROE 9.01%) 대비 각각 0.02%포인트, 0.11%포인트 하락했다. / 그래프=한국금융연구원

특히 올해 상반기 은행권의 이자이익 외에 다른 이익 수치들은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유가증권매매이익과 외환·파생관련이익이 각각 작년 상반기 보다 1조3000억원, 6000억원 감소했다. 이에 국내 은행들의 비이자이익은 1조5000억원(33.4%) 크게 감소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2018년 상반기 국내 은행 영업실적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상반기 국내은행의 수익성이 전년 동기에 비해 개선된 것은 비이자이익 감소에도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와 부실 축소에 따른 대손비용 감소가 주로 기인한 것”이라며 “국내 은행 수익성은 향후 자산성장이 한계를 보이는 데다 판관비 부담, 자본규제 개편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가능성 등으로 (수익성) 추세가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가계대출 부실 증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은행권의 대출 부실화 수치가 평균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할 수 있어 저소득 계층이나 중소기업의 대출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소기업 대출 부실화는 상승이 시작된 상황이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 7월 말 기준 0.58%를 기록하며 전월말(0.48%) 대비 0.10%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01%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이미 1.79%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0.27%로 전월말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 대출 연체율은 0.44%로 0.04%포인트 올랐다. 이에 국내 은행 전체 대출 연체율은 7월 말 0.56%를 기록하며 작년 같은 기간보다 0.08%포인트 상승했다. 차후 금리 상승에 따라 은행권 연체율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 갈등 심화, 금리 인상으로 수출 관련 중소기업의 경영이 악화돼 은행권의 대출 연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손충당금이 증가할 경우 수익성과 함께 당기순이익 증가가 함께 저하되는 은행업계 불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연체율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나 관리가 필요한 것은 맞다”며 “다만 수익성이 오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자이익 외에도 수수료 이익을 늘리고 비용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수익성 저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