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한진‧삼성전자 연달아 압수수색하며 이례적 행보…기업수사 능력 입증할지 주목

잇단 차량 화재 사고가 발생한 수입차 브랜드 BMW의 결함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지방경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지난달 31일 새벽 서울 중구 BMW코리아에서 압수수색 한 물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들어 경찰이 기업수사에 특히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불과 열흘 동안 굵직한 기업 이슈와 관련 압수수색을 3번이나 실시했는데, 이번 수사들을 통해 경찰이 기업수사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 10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이산화탄소 노출 사고와 관련, 기흥사업장 환경안전팀 및 협력업체 등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소방 시설 관련 자료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원 등과 함께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그로부터 약 6일 전인 4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한진그룹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 경비원 임금을 정석기업이 대신 내게 했다는 혐의와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함으로, 12일엔 조 회장에 대해 피의자 소환 조사를 실시했다.

한진그룹 압수수색을 하기 4일전 경찰은 BMW도 다녀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31일 이날 수사관 30명을 투입, 서울 중구 회현동 BMW 사무실 3개 층과 회사 컴퓨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차량결함을 은폐한 혐의에 대한 수사다. 특히 기업사건을 도맡다시피하는 지능범죄수사대는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기업들이 가장 움직임을 주목하는 곳 중 하나가 됐다는 평가다.

최근 굵직한 경제부문 이슈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경찰의 기업수사 행보는 이례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기업수사는 주로 검찰에서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슈가 터지고 얼마 안 돼 바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적극적인 모양새다.

경찰 안팎에선 이 같은 행보를 기업수사에 대한 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한 사정기관 고위 관계자는 “경찰이 가장 입증해야할 능력 중 하나가 기업 수사”라며 “기업수사는 어느 정도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능력 입증을 위해서라도 기업수사, 특히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한 수사에 열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사정기관 인사 역시 “경찰은 검찰, 국세청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기업 조사에 대한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며 “기업수사를 적극적으로 해서 뭔가 보여주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경찰 행보에 가장 속이 타는 곳은 역시 기업들이다. 검찰이 상대적으로 조용한 사이 공정위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고 여기에 경찰의 적극 수사까지 나서는 상황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재계 10대 그룹 인사는 “경찰의 적극 기업 수사는 결국 검찰과 수사권 조정과 관련 능력입증을 위한 것인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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