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처리·우라늄 농축시설 폐기 등 현실적 대안…“비핵화 단계 따른 대북 보상 필요” 지적도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대북특사단에게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첫 임기 안에 북미 관계를 개선하면서 비핵화를 실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인 2021년 1월까지 어느 수준의 비핵화가 가능할지, 이에 따른 대북 보상은 어떻게 해야 할지가 한반도와 주변국들 과제가 됐다.

정의용 대북특사단장은 지난 6일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밝혔다. 정 단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참모는 물론 누구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며 “이러한 신뢰 기반 아래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 북한과 미국 간 70년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는 2021년 1월까지다. 2년 5개월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2년 5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우선 한국, 북한, 미국, 중국 등이 북한 비핵화 수준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1년 1월까지 북한이 할 비핵화를 어느 수준까지로 봐야하는지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전문가들은 앞으로 2년 5개월 동안 북한 핵시설의 완전한 해체와 철저한 검증, 핵 과학자·기술자 민간 전환 수준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12일 “한·미가 북한 ICBM과 핵탄두 해외 반출을 넘어 북한 핵시설의 완전한 해체와 은닉 시설의 존재 여부에 대한 철저한 검증까지를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로 한다면 이 같은 한반도 비핵화 수준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실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도 지난 7일 국회 초청강연에서 “결론적으로 완전한 비핵화가 2021년 1월까지 이루어질 것인지 중요하다”며 “완전한 비핵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완전한 비핵화는 핵시설, 핵물질, 탄도미사일, 핵 지식 가진 과학자와 기술자를 완전히 없애는 것을 말하는데 앞으로 2년 6개월 사이 할 수 있겠는가. 이것에 사찰과 검증 과정을 거쳐야한다”며 “동결-신고-사찰-검증의 일반적 과정이 아닌 중요 부분의 해체를 동결 다음에 갖다 놓을 수도 있다. 신고는 그 다음에 올 수도 있다. 이런 파격적 조치를 하지 않는 한 2년 반 안에 완전한 비핵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핵무기와 핵위협 제거,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영구 불능화, 우라늄 농축시설 해체 수준의 비핵화는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안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한·미가 북한의 핵무기와 핵위협 제거,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의 영구 불능화, 우라늄 농축시설 해체를 한반도 비핵화 목표로 설정하면 이 목표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북한이 2021년 1월 이전에 ICBM과 핵탄두를 해외로 이전하고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을 영구 불능화하며 우라늄농축시설을 해체하면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남·북·미·중이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를 상당한 정도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에서 핵무기와 핵물질을 폐기 또는 반출하고,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농축우라늄 시설을 폐기하면 비핵화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의 이러한 비핵화 단계에 따라 제재 완화 등 대북 보상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 “북한 비핵화 단계 따른 대북 보상 필요”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 단계에 따른 대북 보상 계획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래야 북한의 적극적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성장 본부장은 “북한이 ICBM과 핵탄두 폐기를 신속하게 진행할수록 북한이 그만큼 빠르게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북한은 비핵화에 더욱 적극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미 행정부와 긴밀히 상의해 북한 비핵화의 진전 단계별로 북한에게 어떠한 보상을 제공할 것인지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주고자 하는 보상과 북한이 요구하는 보상이 다를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와 보상 로드맵은 북·미 또는 남·북·미·중 고위급 회담을 통해 작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본부장은 “북한이 올해 연말까지 ICBM의 50%를 우선적으로 해외 반출할 경우 미국은 정치적 선언 수준의 한반도 종전선언을 수용하고, 문재인 정부가 올해 안에 남북 철도, 도로 착공식을 진행할 수 있도록 대북 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2020년 여름까지 핵탄두를 해외 반출하고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을 영구 불능화하며 우라늄농축시설을 해체하면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해야한다”며 “또 남·북·미·중이 평화협정에 서명하며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도 대부분 해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정인 특보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한다. 미국이 얼마나 보상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며 “북한이 원하는 것은 우선 북한의 유일 체제, 북한 사회주의 경제를 인정하는 것이다. 국교수립도 있다. 둘째는 미국이 구두로나마 재래식 군사적 위협을 북한에 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세번째가 경제적 보장이다. 북한이 비핵화 구체적 행보를 하면 그에 상응하는 제재완화가 있어야한다”며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과정과 북한이 원하는 이런 인센티브를 같이 놓고 남북미중이 함께 로드맵을 만들어내야만 2021년 1월까지 전 세계가 납득할 수 있는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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