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력 우수‧첨단 ADAS 기능 톡톡·넓은 적재용량…연 3800대 판매 목표, ‘패밀리 전기차’ 노려

니로EV 주행 / 사진=기아자동차 제공

전기차 열풍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으로 옮겨 붙었다. 월1000대가량 판매되는 한국GM의 볼트EV, 현대자동차의 코나 일렉트릭의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기아차의 니로EV가 지난 7월 출사표를 던졌다. 

 

이중 볼트EV의 선적 물량이 지난달 모두 인도되면서, 올 하반기 시장은 니로EV와 코나 일렉트릭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두 모델 모두 사전계약 단계에서 ‘완판’된 상태지만, 전국 지자체 절반 이상이 출고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물량을 먼저 고객에 인도하는 업체가 보조금을 선점할 전망이다.  


일단 단일 판매량은 지난달 니로EV가 976대 팔리며 코나 일렉트릭 판매량(648대)을 제쳤다. 니로EV는 앞서 5000대 사전계약을 달성한 데 이어 지난 10일까지 8500대가 계약됐다. 기아차가 야심차게 꺼내든 전기차 니로EV가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의 맞수로 서게 될지 주목된다.

지난 11일 오후 니로EV를 타고 경기도 포천 일대를 달렸다. 주행코스는 서울 석파정 미술관에서 파주 일대의 왕복 100㎞ 구간으로 내부순환도로, 자유로를 포함하는 코스였다. 차량엔 두 사람이 탑승해 왕복거리를 편도로 나눠 운전했다. 

 

 

니로 EV 외관 / 사진=윤시지 기자

우선 외관은 기존 니로 모델을 닮아 소형 SUV를 표방한다. 다만 전기차답게 라디에이터 그릴이 자리할 부분은 가로형 패턴 무늬의 강판으로 막혀 있다. 이 강판은 좁고 길게 배치돼 앞부분이 막혀도 둔하고 답답한 느낌이 덜하다. 그러나 강판 오른편에 배치된 충전구는 코나 일렉트릭과 달리 그래픽 표시가 돼 있다. 흰 색상 차량의 경우엔 ‘굳이 충전구 표시를 해야했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질감도 든다. 


운전석에 오르자 다이얼식 변속 장치가 눈에 띈다. 동그란 다이얼을 돌려서 작은 조작력만으로도 변속이 가능한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코나 일렉트릭이 버튼형 변속 장치로 꾸며진 것과 대비된다. 내비게이션 크기는 8인치로 코나 일렉트릭과 동일한 동시에 볼트EV에 탑재된 10.2인치 내비게이션 보다는 작다. 가벼운 재질로 장식된 내장재는 호불호가 갈릴만한 요소로 보인다. 

 

니로EV 내관 / 사진=윤시지 기자

시동을 걸고 본격적인 주행에 나서자 전기차의 정숙성과 부드러운 주행질감에 놀랐다. 좁은 도로에서 시속 40km 안팎으로 저속 주행을 할 땐 어색할 정도로 차체 실내가 조용해 오디오에서 음악을 틀고 싶어질 정도였다. 

 

반면 고속주행 구간에 들어서는 작고 조용한 차체가 뿜어내는 월등한 가속력을 체감했다. 니로EV가 품은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 토크  40.3㎏·m​의 주행성능을 발휘한다. 내연기관차 못지 않은 동력성능을 갖춰 운전하는 재미까지 살렸다. 

 

우선 시속 150㎞까진 가속반응이 뚜렷했다.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뛰쳐나갔다. 지체 없는 가속감은 운전하는 재미를 더했다. ​확 치고 나간다기보다 '미끄러진다'는 느낌이 강하다. 주행질감이 부드러운 점은 장거리 주행에도 피로감을 덜 수 있는 강점이다. 다만 코나 일렉트릭과 달리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없는 점은 아쉬웠다. 

 

페들 쉬프트를 활용한 회생제동 시스템은 코나 일렉트릭과 동일하다. 니로EV의 경우 왼쪽 페들을 당기면 회생제동량이 늘고 오른쪽 페들을 당기면 줄어든다. 제동회생 단계가 높을 땐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기만 해도 감속도가 높아져 속도가 크게 줄어든다. 페달쉬프트만 잘 활용해도 감속페달 없이 운전이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귀띔했다. 스마트 회생 시스템을 작동할 경우 도로 경사, 전방차량과의 거리 등을 고려해 회생 제동 수준이 자동적으로 개입되는 점도 특징이다. 

 

전기차 특성상 경량화 설계가 적용돼 노면 진동이나 소음이 들이치는 점은 아쉬웠다. 그러나 서스펜션은 기대 이상으로 단단한 느낌을 줬다. 가볍고 매끄러운 주행감 때문에 코너를 돌거나 무리하게 차선을 바꿀 때 튕겨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예상외로 단단한 하부 구조 덕에 차체는 흔들림 없는 조향을 가능케했다.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도 고루 갖춰졌다. 특히 고속 주행할 땐 차로 유지 보조(LFA), 스마트크루즈 컨트롤(SCC) 등이 톡톡히 기능했다. LFA 기능의 경우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려고 하자, 조향에 적극적으로 간섭해 즉시 원래 차선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핸들을 자동적으로 틀었다. 주행 습관에 따라 선택할 요소로 보이나 동급 대비 높은 수준의 안전 사양은 시장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100㎞​ 구간 주행이 끝난 뒤 전비는 7.8/kWh로 기록되며 공인 전비인 5.3/kWh를 웃돌았다. 니로EV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64kWh​ 배터리 완전충전 기준 385405​㎞를 달리는 코나 일렉트릭보다는 조금 짧다

 

기아차는 동급 차종 대비 넓은 적재용량을 앞세워 니로EV를 ‘패밀리 SUV​로 굳히고자 한다. 니로EV는 전장 4375㎜, 전폭1805​, 전고 1560​, 축거 2700​의 제원으로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춰 5인승 SUV로 손색이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뒷좌석을 폴딩했을 때 적재공간은 1405ℓ까지 늘어나 짐을 싣고 이동할 때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진 ​전기차가 전위적 차종에 가까워 ​패밀리카라는 마케팅 수식어에 걸맞을지는 의문이나, 코나 일렉트릭에 견줘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기아차의 의지로 풀이된다. 니로EV의 연 목표판매대수는 3800대다. 

 

니로EV의 가격은 세제 혜택 후 기준 프레스티지 4780만원, 노블레스 4980만원이다. 여기에 서울 기준 지자체 보조금 혜택을 더하면 프레스티지는 3080만원, 노블레스는 328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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