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쟁조정 신청 증가 피하려 ‘소멸시효 적용 없다’ 언급”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본사 모습. / 사진=연합뉴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금 건과 관련한 소송을 진행하기로 한 가운데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를 염두에 두지 않고 법원 최종 결정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내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금융당국 입장에선 두 생보사가 소멸시효를 염두해 두고 법적 소송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자살보험금 때처럼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보험사 입장에선 즉시연금의 족쇄에서 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보험사가 먼저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적용하지 않고 지급을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즉시연금으로 인한 분쟁조정 신청 증가를 우려해 이를 차단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분석을 제기한다.

11일 금감원과 생보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과 관련해 해당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법원에서 미지급금을 지급하라는 최종 결정이 나오면 이를 모두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생명은 지난 9일 홈페이지를 통해 “상속연금형(만기환급형) 계약에 대해 추후 법원의 판결, 지급 기준이 결정되면 법원의 판결대로 지급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라며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삼성생명도 마찬가지로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 소멸시효가 3년으로 소멸하더라도 법원에서 금감원 권고 내용대로 사업비 전액을 미지급금으로 지급하라는 결과가 나오면 이를 모두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이번 결정을 두고 두 보험사가 자살보험금 때 일었던 사태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크다고 본다. 2016년 대법원은 생명보험사가 약관 내용대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되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이전에 이미 대부분의 자살보험금 청구 소멸시효가 완료됐고 이에 대형 생보사들은 ‘지급 불가’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후 업계 비판이 커졌고 금감원은 해당 보험사의 최고경영자 해임 경고,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한 상법 관련 교수는 “소송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보험사가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한 것을 두고 소멸시효를 노린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받을 수 있었다”며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이런 의심을 벗어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는 민원을 줄이려는 것”이라며 “금감원이 즉시연금의 소멸시효 진행을 중단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분쟁조정신청을 독려한 것이 생명보험사에 부담이 됐을 것이다. 분쟁조정 신청 수를 줄이고 소송을 진행하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화생명은 즉시연금 소멸시효 관련 공지사항을 내보내면서 “금감원 분쟁조정을 신청한 고객이나 신청하지 않은 고객을 구별하지 않고 (법원 최종 판결 시 보험금을) 동일하기 지급할 것”이라며 “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금감원에 별도로 분쟁조정을 신청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삼성생명도 “법원이 추가 지급을 최종 판결하면 분쟁조정 신쳥 여부를 구별하지 않고 연금을 추가 지급할 예정”이라며 “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금감원이 별도로 분쟁조정을 신청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두 생보사의 우려대로 금감원 홈페이지와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을 통해 즉시연금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계속 늘고 있다. 즉시연금 전용코너를 신설한 지 하루 만에 들어온 민원은 270건이 넘었다. 지난 주까지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700건을 넘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홈페이지와 파인에 즉시연금 전용 코너를 만들어 분쟁조정 신청 독려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분쟁조정 신청 건수가 계속 늘고 있다. 앞으로 보험사의 소송에 대비해 피해자 지원 정책을 진행한다는 것에도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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