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혁신성장 정책 살리기 집중…與, 관련법안 논의 재개 추진 ‘힘 싣기’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한 축인 혁신성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당정청이 일제히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최근 여러 지표들이 경제가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면서 혁신성장을 통해 경제살리기의 발판을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또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경제사령탑들은 혁신성장이 ‘경제정책 선순환’의 추진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혁신성장 관련 입법들은 국회의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여야는 지난 8월 임시국회에서 규제혁신법 등 관련 법안들을 끝내 통과시키지 못했고, 9월 정기국회에 들어서도 남북정상회담 등 이슈로 논의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선 원격의료,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등 이른바 ‘혁신성장 1‧2호’ 정책들조차도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는 시민단체의 반발과 함께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하는 등 난관에 봉착한 모양새다.
상황이 이러하자 청와대와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다시금 ‘혁신성장 띄우기’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혁신성장은 민생경제와 직결돼 있고, 현재의 경제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혁신성장 관련 법안, 정책 등을 조속히 시작하지 않을 경우 내년에 이른바 ‘가시적 성과’를 보일 수 없을 것이라는 당정청의 절박함도 관측된다.
◇靑‧정부, 국가혁신클러스터 등 혁신성장 재차 드라이브
우선 청와대와 정부는 재차 혁신성장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11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국가균형발전법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혁신성장‧균형발전 정책을 뒷받침하는 국가혁신클러스터(국가혁신융복합단지)를 올해 하반기 지정하는 내용이 주 골자다.
전국의 혁신도시와 산업단지를 연계한 혁신 거점인 국가혁신클러스터에 정부는 지역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보조금‧세제혜택‧규제완화 등 혜택들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지역 혁신 프로젝트 전략 수립‧평가‧조정 등은 지역혁신협의회가 컨트롤타워를 맡아 역할을 수행한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2018년 제2차 시‧도 경제협의회’를 열고 일자리사업과 지역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 등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특히 이 자리에서 정부는 ‘혁신성장을 통한 미래 먹거리 창출’로부터 경제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스마트공장 등 8대 선도사업과 데이터‧인공지능(AI)‧수소경제 등 플랫폼 경제에 5조1000억원을 투자하고 혁신인재 1만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렇듯 청와대와 정부가 다양한 혁신성장 관련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취임 직후부터 혁신성장 정책들은 다양하게 제시돼 왔고, 진행도 되고 있다. 정책의 성격상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올해 말 내년 초부터는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지 않겠나”며 “규제혁신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책의 효과들이 잘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혁신성장 정책으로 나오는 것들이 다른 정권들의 정책들과 별다른 차이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것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면서 “진짜 문제는 과연 이 ‘재탕정책’들이 청와대와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쟁이 아니라 정확하고 신속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혁신성장에 힘 싣는 이해찬…현장 보폭 넓히며 의견 수렴도
한편 규제혁신법 관련 국회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혁신성장에 힘을 싣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1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지부진했던 민생‧규제혁신법안에 대한 협상 상황을 보고받고, 진척이 없을 경우 본인이 직접 나서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관례상 당 대표는 국회 원내협상에는 관여하지 않아왔다. 원내대표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직접 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성공여부가 민주당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2년 뒤 2020년 총선을 책임져야 하는 이 대표의 입장에서 앞장서 나서는 모습은 당연하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구체적으로 이 대표는 민생‧규제혁신법 등 쟁점법안들과 관련해 ‘초월회(당적을 초월한 모임)’를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여야5당 대표는 지난 5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 오찬 회동에서 초월회를 만들고 매달 첫 월요일 점심에 만남을 갖기로 한 바 있다.
또한 이 대표는 관련 현장 보폭도 넓히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중소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혁신성장 및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규제혁신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 금융업 진입규제 완화를 위한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안 국회 통과 등 건의사항을 전달받았다.
이처럼 이 대표가 직접 나섬으로써 관련 법안들의 국회 통과가 다소 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인사청문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빡빡한 국회 일정과 추석 연휴 등의 영향으로 여야의 민생‧규제혁신법 등에 대한 논의는 정기국회 막판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이 대표의 압박이 원내지도부의 조속한 논의 재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