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권력’ 구속될 경우 성과 평가, 향후 윗선 수사도 탄력 전망…영장 기각시 사실상 수사 마무리 국면

'노조와해 의혹'을 받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검찰의 삼성 노조와해 의혹 수사의 정점은 사실상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구속 여부다. 이번 수사와 관련, 그가 유일한 현재 권력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검찰이 이 사장을 구속시키는 지가 사실상 이번 수사의 성과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10시 30분 이 의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시작했다. 검찰은 이 의장이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으로 일하던 2013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된 이후 ‘그린화 전략’으로 불리는 노조와해 공작을 보고받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의장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늦은 밤, 혹은 12일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이 의장의 구속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그의 조직 내 위상 및 상징성 때문이다. 이번 삼성 노조와해 의혹 수사와 관련 인물들은 대부분 해체된 미래전략실 임원 등 이미 삼성을 떠났거나 더 이상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이 의장은 현재 삼성전자에서 가장 핵심적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재계 인사들에게 ‘현재 삼성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하고 가장 정점에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이상훈 의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는 삼성이 이사회 중심 운영을 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 이사회 의장을 맡았을 뿐더러, 이재용 부회장의 복심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의장은 과거 삼성전자 북미총괄 경영지원팀장을 맡으며 이 부회장과 미국에서 함께 근무한 바 있다. 게다가 삼성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담당임원,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 등을 맡아온 조직 내 대표적 재무통이다.

 

검찰 입장에선 이 의장 구속에 성공하면 ▲그간 공 들여온 이번 수사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음과 동시에 ▲향후 윗선 수사에도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반면 구속에 실패하게 되면 지난 4월부터 줄기차게 수사해 온 삼성 노조와해 의혹과 관련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기 힘든 상황이다. 검찰로선 사실상 이상훈 의장 구속 여부가 이번 수사의 성패가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삼성으로선 이 의장 구속 시 ‘엎친 데 덮친 격’의 위기상황이 될 수 있다. 3심을 앞둔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본격적인 경영활동을 펼치지 못하는 가운데 이 의장까지 구속되면, 또 한 번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이 부각될 수 있다.

다만 검찰이 그를 구속시키는데 성공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게 현재까지 법조계의 판단이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지회노조와해 작업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사장에 대해 두 번이나 구속영장을 청수했으나 모두 기각됐고 강아무개 전 미전실 인사지원팀 노사총괄부사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한 재계 인사는 “이상훈 의장 영장이 기각되면 더 이상 수사가 진행될 포인트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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