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오너와는 다른 순수했던 청년 시절 돌아보고 반성해야…경영일선 복귀하면 비난 못 피할 듯

기자 생활을 오래 하면 일종의 감이 생기게 된다. 지난해 말부터 제약업계에는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과 관련된 좋지 않은 말이 떠돌고 있었다. 이전에도 부정적 평판이 있었지만 지난해 말부터는 그 소문이 더욱 자세하고 구체화된 것이다. 

 

예컨대 몇 몇 일간지 기자들이 임원 회의에서 윤 전 회장 녹취록을 구하러 다닌다는 것이었다. 임원들은 윤 전 회장 지시를 메모해 정확하게 수행해야 하는데, 받아쓰기는 한계가 있으니 회장 비서실이 발언을 녹취해 그 내용을 임원들에게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떠돌았던 윤 전 회장의 구설수는 올 6월 “창문에서 뛰어내려라” 발언으로 확실한 조짐을 보이더니 결국 8월 하순 YTN의 욕설 막말 보도로 인해 그가 전격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은 전혀 우연이 아니다.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윤 전 회장 때문에 대웅제약을 떠났던 100명 넘는 임직원들 원성이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올 봄부터 윤 전 회장 지인을 접촉해온 기자는 현재 그와는 180도 다른 청년 시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웅제약 임직원들에게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던 윤 전 회장도 과거에는 순수하고 순진한 모습이 있었던 것이다. 

 

이미 업계에 잘 알려진 대로 윤 전 회장은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후 재학 중 사법고시에 합격한 인물이다. 그가 서울대 재학 당시 학교 후배인 홍지숙(53세)씨에게 “학생 신분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할 테니 결혼해 달라”고 프러포즈해 결혼에 골인한 일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가까이서는 못 봤지만 대웅제약 별관 멀리서 본 홍씨는 40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나이에 비해 동안이었다. 

 

서울대 법대 재학 당시 아마도 윤 전 회장 목표는 사시 합격과 이미 마음을 빼앗긴 홍씨와 결혼 등 순수한 두 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목표를 달성한 그는 군법무관을 거쳐 검사로 재직하다 지난 1995년 대웅제약 부사장 합류→1997~2009년 대웅제약 사장→퇴진→2012년 대웅제약 복귀 등을 거치며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윤 전 회장은 이제 그 모든 것이 다 부질없는 것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본인은 그렇다고 하지만 목숨 바쳐 사랑해 결혼한 부인 홍씨까지 대웅제약빌딩 별관 경비한테 욕먹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하는 지 말이다. 

 

인간이 본디 착하다는 성선설을 윤 전 회장에게 대입하면 20대의 그는 사시 합격과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 등 순수한 목표달성만을 위해 불철주야 뛰었을 것이다. 하지만 냉혹하게 말하면 이제 그 시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 포탈에서 검색하면 윤 전 회장에 대한 비판기사밖에 없다. 

 

그의 향후 선택은 명확하다. 순수했던 20대로 돌아갈 수 없다면 본인 욕설을 들었던 대웅제약 직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과할 수 없다면 대웅제약의 최고 의사결정자로서 최대 지분 소유자로서 막후에서 조용하게 살면 된다. 그것만이 20대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한번 욕심을 버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그 짜릿한 기분을 잊지 못한다. 너무나 마음이 편안하고 세상을 모두 다 얻은 듯한 경험이 그것이다.  

 

이미 윤 전 회장과 부인 홍씨는 대한민국의 상위 0.1% 상류층이 됐다. 그들이 골프나 치고 놀러다닌다고 해서 비난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기득권층에게는 천국인 나라다. 대웅제약에 갖고 있는 지분이 변동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윤 전 회장이 공식적으로 대웅제약 이사나 지주사인 대웅 대표이사 등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하면 사안은 복잡해진다. 아마도 거의 모든 매체가 비판기사를 쏟아낼 것이다. 

 

그때부터는 성선설이 아닌 성악설이 등장할 지도 모른다. 이미 20대부터 대웅제약 회장을 꿈꾸고 경영인이 되기 위한 절차로 법조인을 선택했다는 구설수에 오를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것은 향후 윤 전 회장이 결정하기에 달렸다. 그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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