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대란 기회로 재무통 인사 사장 선임, 장남은 아시아나IDT 사장에…7월 장녀 금호리조트 상무 선임 이어 남매경영 기틀 마련, 차입금 상환 앞두고 “하반기 유동성 확보 관건”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수장을 교체하며 아시아나항공 살리기에 나섰다. 기내식 대란의 책임론을 명분삼아 재무통 인사인 한창수 사장을 선임한 가운데, 박세창 사장을 아시아나IDT 사장직에 앉히며 3세 경영의 밑그림까지 그렸다. 올 연말까지 차입금 상환을 앞두고 대내외 악재로 업황 불확실성이 더해진 가운데 교체된 경영진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 사장에 한창수 아시아나IDT 사장을 선임했다. 공석이 된 아시아나IDT 사장직엔 박세창 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이 선임됐다. 앞서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전 사장은 지난 7월 불거진 기내식 사태를 책임지겠다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업계선 이번 인사를 두고 책임 경영이란 명분을 업고 내실 챙기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아시아나항공의 수장에 재무통 인사를 앉힌 까닭이다. 이번에 선임된 한 사장은 1986년 그룹 입사 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담당, 전략기획본부 등 임원을 두루 거치며 잔뼈가 굵은 재무,기획 전문가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 역시 이번 인사를 놓고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안정화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오너 3세 경영에 대한 단초를 마련한 점도 주목된다.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 사장은 2002년 입사 후 그룹 전략경영본부와 금호타이어를 거쳐 2016년부터 전략경영실 사장과 아시아나세이버 사장 등을 역임했다. 아시아나IDT가 지난 5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함에 따라 박 사장은 향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경영 성과를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당초 업계선 박 사장이 아시아나항공 사장직을 맡으며 그룹 내 후계자로 자리를 굳힐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까닭에 박 사장을 아시아나IDT 사장직에 선임하며 후계 승계에선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박 사장이 아직까지 이렇다할 경영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 점도 승계 부담을 더한다. 지난 2015년 박 사장은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로 선임됐지만, 채권단의 반대로 3일 만에 물러나며 아직까지 가시적인 경영성과를 검증받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박 사장의 인사를 두고 위기 상황을 기회 삼아 ‘오너 경영 기틀을 굳혔다​는 비판 여론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수천 전 사장이 “기내식 사태의 책임을 지겠다”며 임기를 1년 6개월 남겨두고 갑작스럽게 사임하고, 박 사장이 사장직에 선임되며 가족경영 구도를 공고화 한 모양새가 됐다. 

 

그룹 총수 일가의 가족경영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며 ​여론 시선도 따갑다. 앞서 기내식 사태가 점화됐던 지난 7월 초에도 박삼구 회장의 장녀 박세진 씨가 금호리조트 경영관리 담당 상무로 선임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 비판이 거셌다. 

 

업계 관계자는 “박 사장이 후계 승계를 굳히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사장직을 거쳐야 하지만 현재 회사 재무 상황이나, 회사를 둘러싼 여론이 좋지 않다보니 잠깐 숨을 고른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업계가 오너 이슈로 시끄럽다보니 그룹 차원에서도 고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 계열사 수장 경영 시험대

그룹 차원에선 이번 수장 교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4조570억원 상당의 차입금을 올 연말까지 3조원 미만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KDB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총 2조4139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약 2조원의 차입금 상환에 대응하기 위해 올초부터 허리띠를 졸라맸다. 이에 CJ대한통운 지분(1573억원) 매각, 전환사채 발행(1000억원), 본사 사옥(2372억원)까지 팔면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지난달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은 3조1914억원으로, 지난해 말 차입금(4조570억원)보다 8656억원을 줄였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상환에 필요한 재원은 지난 8월말까지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유입 5122억원과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한 현금유입 5634억원 등으로 마련했다. 이를 통해 단기차입금 비중을 50% 수준에서 약 30% 수준까지 20%포인트 감축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연말까지 영구채 발행과 자회사 상장을 앞세워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다만 금투업계서 항공업종에 대한 냉기류가 흐르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 9.5%의 고금리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지만 수요예측에 실패하며 불발됐다. ​기내식 대란과 겹치며 기업 신뢰도가 하락하는 점도 압박으로 작용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장기신용등급은 ‘BBB-’로 평가됐다. 


알짜 계열사인 에어부산을 연중 상장해 자금조달에 총력을 기울이려 하지만 기내식 사태로 불거진 경영 이슈로 불확실성이 더해졌다. 지난 7월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기내식업체 LSG셰프코리아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당했다며 박삼구 회장 등 이사를 배임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에어부산은 오는 12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할 계획이지만 대주주인 ​박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지연되는 등 차질을 겪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을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회사의 손해 발생 여부를 검토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하반기 일부 수익성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내식 대란로 인한 기업 신뢰도 하락과 동시에 대규모 지연 운항에 따른 승객 보상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내달부터는 연쇄 지연운항 사태를 막기 위한 정부 권고에 따라 200편의 운항 편수를 감축해야 한다. 3분기 여름휴가, 추석연휴로 여객 특수를 누려도 고유가로 인해 지출비용 중 25%를 차지하는 유류비 상승도 부담이다.  

내년 회계기준(K-IFRS)이 변경 되면서 장부에 적힐 부채비율이 불어나는 점도 재무구조 개선에 시급함을 더한다. 올 상반기말 부채비율은 793.77%지만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되면 1000%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간 차입금에 포함되지 않았떤 운용리스료가 모두 차입금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항공운수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시장에선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객 호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항공운수업 사업 특성상 대내외 변수가 크게 작용한다​며 ​항공사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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