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영향 등 신중 기해야 할 입장…“엘리엇 압박은 주가 때문”

지난 5월 21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 엘리엣어 흔들리지 않겠다며 강경노선을 택했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되레 엘리엇의 역습을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엘리엇은 현대차가 빨리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압박을 넣고 있지만, 현대차 입장에선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고려할 사안이 많아 쉽사리 움직이기 쉽지 않은 입장이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은 최근 현대차그룹 이사진에게 서신을 보내 지배구조를 개편하라고 재압박했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의 AS 부문을 현대차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 모듈과 핵심 부품사업을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는 안을 제안했다.

또 합병한 현대모비스‧글로비스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서 정몽구 회장 일가의 현대차 지분을 사고, 정 회장 일가는 이 합병한 현대모비스‧글로비스의 지분을 사도록 했다.

엘리엇은 이 외에도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는 위원회를 설립하고 주주배당을 확대할 것, 현대차 및 계열사 이사회가 다양성과 독립성을 강화할 것 등을 현대차그룹에 촉구했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엘리엇의 요구사안을 그대로 수용하진 않겠지만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다. 

불과 4달 전만 해도 정의선 부회장은 엘리엇이 자체 현대차 자체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하자 “엘리엇 반대에 흔들리지 않겠다”며 강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허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상 원안대로 밀어붙이기 힘들게 됐고 사실상 백기를 들고 지배구조 개편안을 원점부터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제 정 부회장은 오히려 엘리엇의 공격에 대응해야 하는 입장이다.

엘리엇의 압박에도 현대차는 지배구조 개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공격형펀드 엘리엇 입장에선 뭔가 현대차가 내놓고 액션을 취해야 하는데 돈이 묶여있어 주가가 오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불만”이라며 “허나 현대차는 공정위 특별위원회에서 내놓는 공정거래법 개편안이 어떻게 흘러갈지 여부를 지켜보며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입장이라 당장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가을 정기국회에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이 통과되면 총수일가 지분이 29.99%인 현대글로비스는 일감몰아주기 대상 기업에 포함되게 된다. 이런 상황 등을 고려하면 현대차 입장에선 당연히 신중하게 지배구조 개편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편 엘리엇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한 평가는 둘로 나뉜다. 헤지펀드의 전형적인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 있는 반면, 다른 주주들을 배제하고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현대차는 엘리엇의 움직임과 관계없이 당장 지배구조 개편안을 낼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안은 예전에 발표했다시피 모든 주주와 잘 소통해 적절히 준비가 되면 발표토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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