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반발에 한 발 물러선 與…“불필요한 정쟁 지양” 합의

10일 오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희상 의장(가운데),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가 오는 11일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여야는 남북정상회담(18일) 이후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홍영표(더불어민주당)‧김성태(자유한국당)‧김관영(바른미래당) 등 여야3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정례회동에서 이같이 합의했고, 논의 과정에서 “불필요한 정쟁”은 지양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11일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국회로 보내오면 충분히 논의하고 3차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이후에 결과를 보면서 우리가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여당인 민주당은 남북정상회담 전에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세종시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평양을 방문해 남북정상회담을 하시는데 비준된 동의안을 가져가면 훨씬 더 신뢰 있는 남북회담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국민 재정부담이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선 국회 동의를 받게 돼 있다”면서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는 정치적인 절차가 아니고 법적인 절차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하지만 야당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확인 전에는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비준동의안 처리 시기는 늦춰지게 됐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날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비준통과 반대’로 당론을 모았다. 북한이 비핵화를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선물보따리’를 풀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연석회의에서 “경제 실정에 허덕이는 문재인정권이 판문점선언 비준안을 일방적으로 들이밀고 있다”며 “문재인정권이 서둘러야 할 일은 김정은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추계‧동맹국과의 협력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북핵 폐기와 관련된 신고‧검증 등 작업을 거친 후에 비준동의안을 처리해도 늦지 않다는 게 자유한국당의 입장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이와 관련해 “(북한 비핵화 확인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성을 들은 적이 있나”라고 반문하면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전혀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제출하겠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 단호한 입장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야당의 강한 반발에 여당이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가 자칫 정쟁으로 번질 경우 모처럼 찾아온 한반도 평화 분위기와 국론결집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실제로 이날 회동 직후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를 정쟁화하지 않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3차 회담을 앞두고 있고 어려운 상황에서 정쟁화하지 말자는 뜻을 모았다”고 말했고, 김성태 원내대표도 “비준동의안으로 불필요한 정쟁을 서로 안 하기로 뜻을 모은 부분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판문점 선언 일방적 국회비준을 반대한다며 손피켓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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