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산하 청년창업네트워크 결성 후 젊은 창업가 모아…“정부‧민간‧창업가 협업 통한 건강한 생태계 구축이 목표”

청년 창업가는 늘 배고프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많은 청년 창업가들이 현실적인 장벽 앞에 좌절하고 있다. 전창열 대표는 초기 창업가들의 성장을 도와주기 위해 청년창업네트워크 프리즘을 만들었다. 청년창업가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행동파다. 어느 집단에 있든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단다.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찾는 셈이다. 대학교 학생회장, 스타트업 비브의 대표, 청년창업네트워크 프리즘 대표 등 그의 이력이 이를 증명해준다. 여담이지만 그의 전공은 경영과는 거리가 먼 동물생명공학이다.

 

정부와 민간에서도 20~30대 창업가들의 지원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청년창업가도 열심히 공부하고 네트워킹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준비없이 스타트업에 뛰어들어선 안된다고 말하는 전 대표를 지난 6일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 플레이스비브에서 만났다.

 

창업 경험 살려 청년 네트워킹 돕는 프리즘 결성2년 만에 회원수 2배 늘어

 

2016년 창단된 프리즘은 중소벤처기업부 사단법인이다. 예비창업자나 초기 창업 3년 이내 스타트업을 도와주는 단체다. 창업에 필요한 네트워킹을 연결시켜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정부, 창업진흥원, 코트라(KOTRA) 등과 지원사업과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5000명에서 시작한 회원 수는 올해 9월 기준 13000명으로 늘었다.

 

대학 졸업 후 회사도 다녔다. 2년 반 동안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다. 사업을 하기 위해 퇴사했는데 많이 부족했다. 창업계에 있는 네트워크도 몰랐고, 자금도 없었다. 운좋게 정부 지원을 받긴 했지만 많이 힘들었다. 정부는 매출이 확보되고 사업 성과를 보여주는 창업가를 선호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완벽한 창업가는 없다. 프리즘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초기 창업자에게 부족한 자양분을 채워주기 위해 결성하게 됐다.”

 

프리즘 결성도 재정 없이 시작했다. 전 대표와 사무국원들이 거의 봉사하다시피 프리즘을 운영했다. 사업을 같이 하고 있는 전 대표는 하루를 꼬박 회사와 프리즘에 반납했다. 결성 단계에서 노력이 많이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즘이 잘 자리잡은 것은 청년 창업가들의 니즈(Needs) 덕분이다. 프리즘은 정부나 지원기관 등을 동력으로 삼지 않고 협업의 주체로 생각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끊기자 해체한 기존 대학생 창업 단체들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다.

 

전 대표는 청년 창업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을 자금, 인맥, 팀 빌딩(Team building) 3가지로 꼽았다. 특히 대학생 창업가의 경우 자금을 구하기 위해 과외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기도 한단다. 인맥이나 팀 빌딩도 마찬가지다. 창업에 뛰어든 사람이 많아졌다지만, 전 대표가 바라본 현실은 다르다. 대학생과 졸업생들, 즉 젊은 나이에 창업을 한사람들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다.

 

 

3년 이하 창업가들은 생존이 핵심이다. 초기 스타트업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거의 비슷하다. 정보, 투자, 유통 등이다. 프리즘은 정부의 벤처창업페스티벌, 기술혁신대전에 참여해 협업하고 있다. 단발성 행사 외에도 정부, 공공기관, 기업, 벤처캐피탈, 엔젤투자자 등과초기 창업가들을 연결해주고 있다. 협력단체를 찾는 동시에 직접 지원도 한다. 

 

전창열 프리즘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 플레이스비브에서 시사저널e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김률희PD


 국내 창업 생태계는 미완의 완성정부민간창업가가 협업해 문제 해결해야

 

전 대표는 사업과 프리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 대표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플랜트삼이오'는 최근 투자를 받았다. 공동대표와 직원 8명이 함께 고군분투하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전 대표는 함께 노력해주는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프리즘을 통해 국내 청년 창업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싶다. 굳이 창업을 하라고 권유하지 않아도 청년들은 언젠가 한번쯤 창업을 생각한다. 그러나 섣불리 창업에 뛰어들면 망한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창업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가 자산이 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재도전에 인색하다. 스타트업의 투자회수(EIXT)도 어렵다. 청년창업이 주목받고 있지만 본질을 바꾸지 않으면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

 

그는 대한민국 청년 창업생태계는 미완의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정부 모두 청년창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필요한 정책을 만들고 자금이 흘러갈 수 있게 위에서 노력하는 것과 밑에서 따라가는 것은 다르다고 부연했다. 그는 사업을 담당하는 공공기관들의 실행역량이 아직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정책의 방향성은 맞지만, 실질적으로 창업가를 지원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민간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 해외 기업은 스타트업 기술을 베끼면 더 많은 돈을 물어내야 한다. 기술 보장이 잘 돼 있다. 우리나라는 기술탈취 규제 수단이 미흡한 편이다. 초기 투자 이후 후속 투자로 이어지는 사다리도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정부, 민간 이외 청년창업가가 준비를 잘 해야 한다. 정부가 지원해주니 창업을 해볼까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창업을 위해 되도록 많이 준비해야 한다.”

 

프리즘은 청년 창업가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는 역할로 자리잡는 게 목표다. 곧 창단 2주년을 맞는 프리즘의 소박하지만 큰 꿈이다. 큰 성과보다는 창업가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단체가 되고 싶단다.

 

개인적으로 항상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있고 싶다. 그간 공동체의 복지나 생활개선을 위해 노력하면서 살았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도 뮤지션이나 아티스트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플랫폼이다. 지금은 청년창업 생태계 공동체 발전이 최우선이다. 만약 창업계를 떠나더라도 다음 공동체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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