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떨어질 때 신용대출 15% 늘리며 이자장사

 

'생명보헙업계 맏형' 삼성생명이 최근 업계에 불어 닥친 영업악화를 돌파하는 길을 ‘이자 수익’에서 찾는 모습이다. 정부가 은행권 대출을 억제하자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가운데 삼성생명이 다른 생보사보다 신용대출과 약관대출(보험계약대출)을 확대하며 이자이익 확대에 나선 것이다. 


특히 삼성생명의 약관대출은 계속 증가했다. 약관대출 금리는 최대 9%를 넘는다. 약관대출은 생보사 입장에선 ‘떼일 염려 없는 안전한 대출’이다. 고객의 보험금을 담보로 대출이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선 경기 불황에서 마지막 보루로 남겨둔 보험금을 담보로 잡힌 채 빚을 지는 것이 약관대출이다. 삼성생명이 서민들의 부채를 이용해 업계 불황을 탈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금융감독원과 생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생명의 신용대출 잔액은 5조567억 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기간(4조3816억 원)과 비교해 6750억 원(15.4%) 급증했다. 생보업계에서 삼성생명과 함께 빅3 생보사로 불리는 한화생명의 경우 같은 기간 신용대출금이 전년 상반기 대비 1.9%(1337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교보생명은 반대로 같은 기간 1.6%(1006억 원) 신용대출금 규모가 줄었다. 삼성생명의 신용대출금이 1년 만에 다른 생보사보다 많게는 5배 이상 많아졌다. 


이번 삼성생명의 신용대출 확대는 은행권의 대출 시장이 주춤한 사이에 나타났다. 은행권 대출 억제 ‘풍선효과’에 삼성생명이 앞장서 편승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 따르면 6월말 기준 은행권의 신용대출 증가 규모는 감소했다. 이 기간 은행권의 신용대출 증가 규모는 5월보다 6000억 원 감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권 신용대출은 연초 증가세가 다소 안정화되면서 5~6월 연속 전년 동월대비 증가폭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6월 중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전년 동월 대비 1조4000억 원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전 업계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생명의 신용대출이 늘면서 이자이익도 증가했다. 삼성생명이 이 기간 달성한 이자이익은 3조4702억 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62억 원(3.8%) 증가했다. 


하지만 생보업계 불황으로 같은 기간 보험료 수익은 8조50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596억 원(5.4%) 감소했다. 삼성생명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560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보유 지분 중 일부 매각에 따른 이익을 제하면 삼성생명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상반기보다 20% 감소했다. 결국 이자이익을 늘려 당기순이익의 더 큰 감소를 막은 상황이다.

◇​고객 이자부담 큰 약관대출 늘며 수익 창출


삼성생명의 약관대출도 계속 늘어나 상반기 이자이익을 늘리는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약관대출은 저신용 고객이 불입한 보험료를 담보로 보험사에서 돈을 빌리며 고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대출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약관대출을 담보가 확실해 떼일 염려가 없으면서 이자율은 높아 이자 수익이 높은 채권으로 여긴다. 상반기 기준 삼성생명 약관대출 규모는 15조3931억 원이다. 작년 상반기(14조6512억 원)보다 7418억 원(5.1%) 증가했다. 한화생명은 같은 기간 5.4%, 교보생명은 6.7% 늘어나는 등 삼성생명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중요한 점은 삼성생명 약관대출 규모가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점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약관대출 규모는 국내에서 영업하는 34개 생보사 전체 규모의 33.8%를 차지했다. 업계에선 약관대출이 보험금이나 해지환급금 등 확실한 담보를 통해 대출 환급 위험이 낮은 데도 불구하고, 평균 연 7~9%대의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약관대출 금리가 높아도 약관대출 대손충당금은 다른 대출에 비해 가장 적다. 담보가 확실하기 때문에 대출 부실화가 발생할 일이 없는 것이다. 삼성생명의 약관대출금 대손충당금은 2억7000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약관대출금의 0.001%만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삼성생명 입장에선 약관대출의 부실 수준은 0%에 해당하는 안전한 채권이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약관대출은 보험계약 해지환급금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계약”이라며 “복잡한 서류절차 없이 쉽게 받을 수 있다. 이자가 비싸지만 1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서민이 보험금을 담보로 고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이에 약관대출이 매년 늘어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삼생생명 본사 앞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실적 악화 처한 삼성생명


업계에선 삼성생명이 신용대출과 약관대출에 집중하는 이유가 업계 불황에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생명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0% 줄었고 수입보험료는 전년 상반기 대비 5.3% 감소했다. 운용자산이익률은 5월 기준 4%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초회보험료도 하락하고 있다. 초회보험료는 신규 계약의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보험사의 영업력을 나타낸다.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초회보험료로 2909억 원을 벌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75억 원(49.7%) 줄며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1분기 생보업계의 초회보험료는 2조6137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37.6%(1조5735억 원) 줄었다. 삼성생명의 초회보험료 감소 규모가 업계 평균을 훨씬 상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초회보험료 감소와 관련해 보험료 규모가 큰 저축성 보험 영업을 늘려온 생보사들이 2021년 도입되는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결정으로 시급하게 저축성 보험을 줄이면서 초회보험료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 관계자는 “고객이 대출받는 것을 보험사에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생보사 대출을 원하는 고객이 받는 것”이라며 “특히 대출 절차가 간편하기 때문에 고객이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출 금리가 비싸다고 하지만 보험금 최저보증이율을 제하고 나면 대출 금리가 무조건 높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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