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벤처투자 1.6조원…초기 투자에 몰리는 유동자금만 견제해야

정부가 벤처기업 투자를 대폭 늘렸는데 어떻게 보세요?”

 

벤처캐피털이나 스타트업 지원기관 관계자들이 요새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언론부터 시작해 예비창업자, 외부 업계 사람들까지 벤처투자 활성화에 대해 관심이 많단다. 단순히 벤처투자 증가세로 인한 궁금증이라면 답이 쉽겠지만, 내포된 의미가 달라서 문제다.

 

한 지원기관 대표는 같은 질문을 받은 뒤 벤처투자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은 부정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기대와는 다른 답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 대표는 벤처투자가 증가해 문제라는 답을 해야 만족할 것 같다고 기자에게 호소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액은 1614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6억원보다 61.2% 증가한 금액이다. 규제 완화로 인해 창업투자회사와 초기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의 수도 늘었다. 정부는 올 한해 연간 투자액이 3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정부 모태펀드와 민간 모펀드 출자가 큰 도움이 됐다. 중기부는 20186180억원을 모태펀드에 출자해 11659억원대 벤처투자조합을 조성할 예정이다. 한국벤처투자와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1100억원 규모 모펀드를 조성해 민간 자금 유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새로 조성된 3조원 규모 성장지원펀드도 있다.

 

과거 정부가 중소벤처기업에 지원한 자금들은 그야말로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주는 것이었다. 무작정 자금이 투입되면 좀비기업이 양산된다. 대학생이나 청년창업가들은 정부 자금을 쉽게 받은 뒤 초기 3이라는 데스밸리(Death Valley)를 넘지 못하고 좌절한다. 벤처업계는 민간 투자자들이 생태계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중기부는 응했다.

 

물론 단점은 있다. 지난해부터 벤처 생태계에 흘러온 돈이 많아지다보니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졌다. 밸류에이션은 투자자가 평가하는 벤처기업의 시장가치이다. 쉽게 말하면 벤처기업들의 가치가 높아져 웬만한 돈으로는 투자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투자 시장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다.

 

현 정부가 조절해야할 것은 초기 벤처투자에만 몰리는 유동자금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자금이 초기 창업에 쏠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대규모 펀드가 많이 조성된 것도 살펴봐야 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가 너무 많이 생겨 민간자금 조달이 힘들 수도 있다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혁신기업보다는 매출이나 성과 등 수치를 보고 투자하거나 초기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기업의 코스닥 상장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스케일업을 위해선 벤처 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 견제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마냥 부정적인 시선은 거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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