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소득도 중요하지만 국민 부자 만들 다른 방법도 찾아야

미국 아마존이 애플에 이어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상승 랠리가 최근까지 계속되면서 결국 시총 1조달러 고지를 넘어선 것이다. 과실은 아마존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취하게 됐다. 지난해 9월부터 투자했다면 2배 이상 수익을 거뒀다. 올해부터 매수했다고 하더라도 6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다른 미국 주식 다수도 대체로 올해 좋은 성과를 냈다.

이를 보고만 있어야 하는 국내 증시 투자자들은 배가 아프다. “올해 초만 해도 좋았지”라는 추억은 이를 위로해주지 못한다. 되려 한국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시장 전망에 낙담할 뿐이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마저 오르고 있으니, 무주택으로 국내 주식에만 투자한 투자자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투자 대안도 마땅치 않다. 국내 주식을 사서 모으자니 영 시원찮고, 그렇다고 지금 미국 주식이나 서울 아파트를 사자니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비트코인 시장도 들어가기엔 무섭다. 괜히 조급한 마음에 상투를 잡는 것 아닌 지 불안함만 커진다. 남들은 부자가 되고 있는데 혼자만 가난해지고 있는 기분을 느끼는 투자자가 대다수다.
 

결국 많은 투자자들이 웃기 위해선 국내 증시가 조금 더 살아날 필요가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 국내 경기가 살아나고 국내 증시 상장사들의 이익 성장이 바탕이 돼야 한다. 더불어 코리아디스카운트도 해소될 필요도 있다. 한국 증시는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 0.99배로 역사적 저점 수준에 이르렀지만 박스권 장세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 매력을 떨어뜨리는 코리아디스카운트를 그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이는 정부의 몫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정책의 핵심 기조는 자본시장에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론만 보더라도 그렇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핵심 목적은 노동 소득과 노동 자체의 가치를 높이려는 데 있다. 자본을 통한 소득은 불로소득으로 여기고 노동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본다. 실행은 되진 않았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 범위 확대, 대주주 요건 하향을 통한 과세 확대, 주식 매매 차익에 양도소득세 부과 등과 같은 정책 시도들은 정부의 이러한 시각을 드러낸다.

그나마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여겨졌던 코스닥 벤처펀드도 요즘 시들하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현재 전체 코스닥벤처펀드의 투자금은 2조9628억원으로 전달보다 225억원(0.76%) 감소했다. 전체 코스닥벤처펀드 투자금이 줄어든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코스닥 벤처펀드가 주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위주로 투자하면서 코스닥 시장 활성화라는 당초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투자업계에선 정부의 ‘자본시장 홀대론’이 오랜 화두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일반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쪽 날개만으로 날 수 없듯 자본시장에서 최소한 정부의 고민이 곁들여진 활성화 정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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