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재무개선·지배구조 개편 부담 축소…"과도한 디스카운트 가능성 낮아져"

상장을 앞둔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유업계 내에서 상장 사례는 당분간 나오기 힘든데다 기업가치 역시 예상보다 낮게 산정하고 공모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재무 능력이 안정화되고 지배구조 개편 역시 마무리되는 상황이라 과도한 저가 상장 가능성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상장을 앞둔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유업계 내에서 상장 사례가 당분간 나오기 힘든데다 기업가치 역시 예상보다 낮게 산정하고 공모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재무 능력이 안정화되고 지배구조 개편 역시 마무리되는 상황이라 과도한 저가 상장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업공개 절차를 진행 중인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13일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다. 통상 상장 예심 통과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까지 빠르면 한달반 가량이 소요된다. 다만 현대오일뱅크는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 결과를 기다리면서 상장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증권신고서 제출이 늦어지면서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정유업종은 업황과 경기에 영향을 받긴 하지만 꾸준한 현금흐름과 배당을 기대하게 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이미 상장한 정유업체에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등이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은 종합화학회사의 면모가 강하다. 따라서 정유업 투자를 염두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국내 시장에서 유일한 투자처가 에쓰오일이다. 따라서 현대오일뱅크가 상장할 경우 국내 정유업종 투자자들에게 대안이 생긴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SK루브리컨츠 상장 철회 '반면교사'…희망공모가 낮출까

 

현대오일뱅크의 희망공모가가 시장 기대보다 낮게 책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상장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시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무리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올해 기업공개 시장 기대주로 꼽혔던 SK이노베이션이 예상보다 비싸다는 투자자들의 반응 속에 상장을 철회한 전례가 있어서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 3월 한국거래소 상장예심을 통과한 뒤 4월에는 공모 절차를 진행했으나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자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당시 SK루브리컨츠가 제시한 희망공모가액은 10만1000원~12만2000원이다. 이 가격은 EV/EBITDA 10.1배를 적용해 산출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현대오일뱅크 상장시 EV/EBITDA 6.5배 수준을 적용하는 수준에서 희망 공모가액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는 8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는 셈이다. 다만 현재 장외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감안할 경우 현대오일뱅크의 시가총액은 13조원에 달한다. 

 

현대오일뱅크가 장외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상장할지 여부는 현대중공업지주의 결단에 달렸다. 조선업황 부진에 따른 핵심 계열사 실적 부진과 현대중공업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 수요 때문이다. SK루브리컨츠와 경우 상장을 철회하더라도 그룹 현금창출력이 충분했기 때문에 아쉬울 게 없었던 반면 현대중공업 그룹은 상황이 다르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상황은 바뀌고 있다.

 

◇그룹 이슈 해소중…과도한 디스카운트 가능성 낮아져

 

현대중공업 그룹은 지난달 23일 지주사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분할·합병을 핵심으로 하는 이 계획을 통해 현대중공업 그룹은 기존 예상보다 적은 자금을 투입해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분석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자금은 8000억원 수준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묘책을 찾은 셈이다.

 

현대중공업 그룹의 '아픈손가락' 조선 부문도 자산매각과 유상증자 등으로 재무안정성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그룹 합산 부채비율은 지난 2015년말 140% 수준이었으나 지난해말 기준으로는 90% 수준까지 떨어졌다.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자구계획에 따른 부동산 등 자산매각, 계열사 지분 매각, 계열사 유상증자 등을 통해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며 "그룹합산 순차입규모는 2015년 말 11조3000억원이었으나 올해 6월 말 5조4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희망공모가액 산정시 EV/EBITDA 8배 수준 이상을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쉬울 게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디스카운트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예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감리가 끝나야 알 수 있겠지만 동종업계의 기상장 업체인 에쓰오일의 올해말 예상 EVEBITDA가 8배 수준"이라며 "영업이익률만 놓고 보면 업계 1위인 현대오일뱅크가 그룹 이슈 때문에 과도하게 디스카운트를 적용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