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9절 앞두고 내부적 성과없어 조급한 상황…우리 측 중재안 수용 가능성 크다”

사진은 지난 3월 1차 대북특사 귀국 모습. 왼쪽부터 김상균 국정원2차장, 서훈 국정원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천해성 통일부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 사진=연합뉴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대북특사단이 방북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촉진·중재자 역할로 ‘선(先) 종전선언 채택, 후(後) 비핵화 조치 이행’ 중재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한·미 정상 또한 대북특사단에 기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오는 18일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만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면서 종전선언이 곧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일 대북특사단은 비핵화와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우리 측 중재안을 북측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재안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구체적인 기한을 정해 비핵화 초기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할 경우,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이 참여해 종전선언을 성사시키자’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종전선언과 맞교환할 카드로 비핵화 시간표가 담긴 북한의 행동계획 제시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사단 방북에 앞서 4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과 약 50분동안 전화통화를 하고 이 같은 중재안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미국은 종전선언보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우리 중재안을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기존 입장을 양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미국의 핵 리스트 제출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최상의 안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은 그보다 한단계 낮은 조치라고 할 수 있는 비핵화 일정 제시 등을 협상 카드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김 위원장의 결단이 중요해졌다. 김 위원장이 ‘선 종전선언, 후 비핵화’라는 기존 태도를 바꿔, 핵 신고 등 비핵화 조치의 성실한 이행을 약속한다면 종전선언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시간표를 내놓고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할 경우,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이 연내 종전선언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할 계획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달 말 유엔총회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입장을 전달하고, 북미 간 견해차를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또한 10월 중 3자 또는 4자 간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마무리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해졌다.

◇ 北, 9·9절 앞두고 성과 없어…중재안 수용 가능성도

다만 반대로 북한이 종전선언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태도를 고수할 경우, 비핵화 협상 진전에 큰 기대를 걸긴 어렵다.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큰 원칙에 합의하고도 구체적 방법론을 놓고 지금까지 진전이 없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특사를 파견해도 비핵화 협상에 속도를 붙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은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인 9·9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종전선언이나 경제협력과 같은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시진핑 중국 국자주석의 방북마저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대북특사단을 맞이해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그동안 남북 관계개선 의지를 강하게 표출했다. 앞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했고 지난 3월 우리 측 특사단을 만나 비핵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각종 경제협력분야의 사전점검과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순항을 타는 듯 했지만, 대북제재로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북특사단은 이번 기회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일정 잡는 것을 넘어 교착을 풀기 위한 적극적인 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특사단 파견 자체도 남북이 공통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추진된 만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특사단을 만나 중재안을 수용할지 주목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4일 “이번 방북을 통해 북측과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평화 구상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특사단은 비핵화 범주 및 종전선언의 내용과 순서를 정하는 중재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비핵화 리스트와 종전선언을 맞교환 하거나 북한이 핵 보유량을 공개하면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교환하고 대북제재 해제를 일부 유연화하는 식으로 리스트마다 상응하는 결과를 내야 북한과 미국 모두 원하는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우리 측은 북한이 1년 안에 비핵화 리스트를 준다는 입장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제안할 것이고 이를 북한이 수용하도록 할 것”이라며 “다만 기본적으로 북한이 미국보다 조급한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아무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은 우리 측 중재안을 거부하기 보다는 대화를 유지하면서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