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직장인 공략한 에브리타임‧블라인드, 혐오 게시물 규제 사각지대…전문가 “익명이라 제재 어렵지만 일정 규제 있어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서울권 A대학교에 다니는 한미연(23·여)씨는 대학교 시간표 앱 게시판에 들어가지 않는다. 혐오 표현을 사용한 글이 올라오면서 게시판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씨는 익명 커뮤니티인 탓에 여혐이나 남혐 게시물이 올라와도 작성자를 잡을 수가 없다게시판 자정 작용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익명 플랫폼이 혐오 표현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차별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일부 게시물 탓이다. 성차별, 지역차별 등이 담긴 게시물들이 올라오면서 커뮤니티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스타트업들과 사용자들의 자정작용 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이 있다. 이들이 공개형 메신저와 커뮤니티를 표방한다. 반대로 익명 커뮤니티를 내세운 스타트업들도 있다. 대학생이나 직장인 등 소속 집단 구성원이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특히 국내 플랫폼은 대형 SNS와 경쟁하기 위해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익명 플랫폼이 혐오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간편 시간표 앱 에브리타임은 처음엔 같은 대학교 강의시간표를 공유하는 플랫폼이었다. 18~24세 젊은 연령대가 에브리타임에 몰리면서 올해 3월 기준 사용자 261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그러나 익명 커뮤니티가 생기자 혐오 표현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학교마다 게시판 분위기는 다르지만, 한번 혐오 게시물이 올라오면 분위기에 휩쓸리게 된다. 성적인 농담이나 이유없는 정치 비판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과 한국에 지사가 있는 블라인드는 직장인들의 고민과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블라인드에도 최근 혐오 표현을 쓰는 게시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여성 비하 용어를 사용한 게시글도 일부 있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직장인 전모씨(26·​남)최근 1년간 익명 앱을 다양하게 사용했다. 일베(일간베스트) 회원들이 사용하는 용어들이 게시판에 올라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성관계 파트너를 구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익명 앱에 가면 혐오 표현을 쓰는 사람이 넘친다. 주변에 있을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전씨는 게시물을 신고하고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게시판 이용자들이 자정작용을 하지 않은 이상 혐오 표현을 쓰는 게시물은 계속 올라온다익명 플랫폼이 가진 긍정적인 측면까지 가려질까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들도 최대한 대처를 하고 있다. 에브리타임과 블라인드는 게시물 신고 제도를 이용 중이다. 근거없는 비방과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게시물은 신고를 받고 삭제된다그러나 익명 플랫폼 특성상 작성자를 색출하거나 올라온 게시물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과잉경쟁 사회가 되면서 익명 플랫폼에도 약자 혐오가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혐오 현상을 제재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윤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익명 플랫폼에 나타나는 혐오 현상은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 약자들을 비난하거나 거부하는 현상은 사회적 불평등이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나타난다“20~30대 과잉경쟁과 취업난이 맞물리면서 혐오 현상들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제는 SNS도 미디어처럼 공론장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어선 안 된다자정 효과 외에도 혐오 표현을 쓰지 않도록 일정 규제는 줘야 한다. 규제의 강도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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