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알짜' 오렌지라이프 인수시 전세 역전 전망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서울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보험)를 인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KB금융지주와 리딩금융지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오렌지라이프는 불황에 처한 생명보험업계에서 보기드문 이익 성장을 이뤄내는 알짜 생보사다. 신한금융 입장에선 비은행 부문을 제대로 강화할 수 있는 ‘대어’를 잡는 셈이다. KB금융과의 인수합병(M&A) 경쟁에서 뒤쳐진 신한금융이 이번 기회로 다시 금융시장의 왕좌에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많은 이유다.

◇오렌지라이프, 업계 불황 중 안정적 이익 성장

4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오렌지라이프의 당기순이익은 대다수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이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오렌지라이프의 당기순이익은 18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1813억원)보다 23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 중 일부 매각에 따른 이익을 제하면 전년 상반기보다 20% 감소했다.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2% 줄었고 교보생명도 10.7% 감소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가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것과 비교해 오렌지라이프의 당기순이익은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다.

오렌지라이프 수입보험료 증가율도 올해 6월 말 기준 1.4% 성장했다. 이 기간에 삼성생명의 수입보험료 증가율은 -5.4%, 한화생명은 -6.2%, 교보생명은 -5.2% 등 주요 보험사의 이 수치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4개 생보사의 전체 평균도 -9.4%를 기록했다. 오렌지라이프의 수입보험료 증가율이 업계 평균을 훨씬 상회했다.

오렌지라이프는 수입보험료만 아니라 경영효율성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 운용자산이익률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1%포인트 늘어난 3.7%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도 빅3 생보사의 경우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신한금융, 오렌지라이프 인수 시 리딩금융그룹으로 성장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오는 5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주당 4만7400원, 총 2조2990억원에 인수하는 안을 승인하고 MBK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할 경우 KB금융이 차지한 리딩금융지주 자리를 다시 빼앗아 올 것으로 전망된다. 오렌지라이프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신한금융에 더해진다고 볼 때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약 2조원을 기록한다. KB금융(1조9000억원)보다 1000억원 가량 앞선다.

특히 KB금융의 보험 계열사인 KB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08억원을 기록, 작년 같은 기간(206억원)보다 절반가량 크게 감소하면서 비은행 부문 이익을 감소시켰다. 오렌지라이프 당기순이익이 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뒤 발생하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수익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신한 vs KB M&A 경쟁…왕좌 탈환 엎치락뒤치락

KB금융은 지난해 7년 만에 신한지주를 제치고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한 바 있다. KB금융이 적극적인 M&A로 비은행 부문을 늘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KB금융은 2016년 현대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며 KB증권을 출범했다. 그 전년에는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며 KB손해보험을 탄생시켰고, KB캐피탈도 마찬가지로 완전자회사화를 통해 빠른 속도로 지주 전체의 비은행 부문을 강화했다. 이에 올해에도 리딩금융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리등금융 자리를 내준 신한금융 입장에선 비은행 계열사 중 취약한 생명보험 부문을 M&A로 강화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국내에서 오렌지라이프보다 나은 매물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이번 인수를 추진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지난 3일 창립기념사에서 “신한금융은 대형화, 겸업화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가장 먼저 종합 금융그룹 체제를 갖춘 후 대형 M&A를 잇달아 성사시켰다”며 “아시아 리딩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해가자”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 인수는 신한금융 입장에선 필수조건일 것"이라며 "인수가 확정되면 신한금융과 KB금융 간의 리딩금융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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