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전부터 균열 생겨 민원…대우건설 “원인 밝혀질 때까지 피해보상에 최선 다할 것”

31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해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사진=천경환 기자
“5월부터 아파트 주위에 있는 담벼락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이렇게 큰 사건으로 돌아올 줄 몰랐다”.

가산동의 한 아파트 주민 김아무개씨(50·남)는 이번 싱크홀(땅꺼짐) 사건에 대해 이 같이 말하며 “폭우로 인해 싱크홀이 발생했다고 하지만 금천구는 비가 많이 오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가산동 한 아파트에서 생긴 대형 싱크홀에 대해 사실상 예견된 참사라는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파트 주민들은 사고 발생 4~5개월 전부터 균열 조짐을 보였다며 이번 싱크홀 사고는 폭우 때문이 아닌 대우건설의 부실시공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일 사고가 난지 닷새가 지났지만 서울시 가산동 아파트 공사 현장 근처에서는 불안에 떨고 있는 주민들을 여전히 볼 수 있었다. 서울 금천구청이 아파트 단지 주변 땅이 안정적인 상태라며 안심시켰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었다.

주민들은 열흘 전부터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사진=주민제보
주민들은 이번 싱크홀 사건은 처음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아파트 주민 오아무개씨(55·남)는 “금년 5월경부터 다른 동은 멀쩡했는데 공사장 근처에 있는 동 주변 화단과 담벼락만 흔들렸다”며 “주차장 인근 도로에서도 바닥이 갈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당시에는 대우건설 오피스텔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와 소음, 진동 문제가 더 컸기 때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6월부터 지속적으로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 내용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 공사로 인한 소음, 비산먼지 등이었다. 사건이 발생하기 열흘 전에도 주민들은 관할 구청에 아파트 주차장과 경비실 건물에 균열이 생겼다는 민원을 접수했다. 하지만 금천구청은 안전진단 결과 아파트 건물에는 이상이 없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산동의 한 아파트 앞에 대우건설의 건설현장 소음 피해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 천경환 기자
아파트와 공사장이 가까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른 동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단지 바로 앞에 대규모 공사를 허가한 것부터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공사장과 아파트가 불과 10ⅿ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지하 3층 깊이로 땅을 파니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형광등이 떨어졌다’, ‘싱크대에 균열이 생겼다’ 등의 증언들이 나오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이번 사건에 대해 폭우로 공사장 흙막이 벽체가 붕괴돼 사고가 났다며 주민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이 폭우가 아닌 부실시공으로 땅이 꺼졌다고 반발하자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고원인이 명확히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복구 및 피해보상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대우건설은 지난 2015년 2월 용산역 인근 인도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당시 서울시·용산구·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타수·보수팀은 싱크홀의 원인에 대해 대우건설 ‘용산 프루지오 써밋’의 부실 타수작업으로 동공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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