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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창업기 43] “문학의 경계를 지운다”…강지수 시간 대표
  • 차여경 기자(chacha@sisajournal-e.com)
  • 승인 2018.08.3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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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시 낭독 음원 플랫폼 창업…“책 외에 다양한 콘텐츠 결합해 문학 전달하고파”

문학은 책으로만 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나 소설을 접하기에 가장 좋은 매개체는 책이라고 여겼다. 강지수 시간 대표는 이 편견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시간은 시 낭독 음원을 직접 제작해서 모바일 앱에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강 대표는 시라는 문학 작품을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 중이다.

 

강 대표가 시간의 초기 서비스 모델을 떠올린 시기는 2016년이다. 1년 가까이 스타트업 팀원을 모으기 이해 뛰어다녔다. 지금은 개발자, 디자이너, 연구원, 저작권 관리자 등 6명이 시간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시간은 증강현실(AR) 등 신기술을 접목시킨 문학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시간의 슬로건은 시와 시 사이, 나의 시간을 나답게. 스타트업 슬로건이라기엔 추상적이지만, 시간의 목표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말이다. 누구나 쉽게 시를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돕겠다는 강 대표를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르호봇 사무실에서 만났다.

 

화자를 잘 표현하는 낭독자 우선 선정스쳐가는 시어들을 일상 속으로

 

강 대표의 전공은 독일어다. 독일로 교환학생도 다녀왔고, 취업준비도 했다. 그러나 강 대표의 관심은 문학작품 토론회에 쏠렸다. 강 대표는 한 달에 한번씩 모르는 사람끼리 모여 문학작품에 대해서만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직업이나 취미는 서로 소개하지 않는다. 책에 대한 감상만 나눈다. 오히려 참석자끼리 유대감이 생겼단다. 그때 바쁜 일상에서도 문학작품을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했다. 오디오북에 대한 동경도 한 몫했다.

 

시 낭독 음원을 녹음하는 사람은 다양하다. 계간지나 월간지에 실린 시인의 신작시를 시간 팀원이 선정한다. 저작권 계약을 맺은 다음엔 시와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는다. 일반낭독자도 있고 성우학과 학생들도 있다. 낭독 음원을 인디 뮤지션에게 들려주고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작곡한다. 가요로 치면 작사, 작곡, 믹싱까지 전 과정을 하는 셈이다.

 

시에 대한 낭독자의 표현이 뚜렷해야 한다. 낭독자 분들에게 시인 정보를 제공하고 않는다. 시 화자나 작가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인 정보를 알면 낭독자에게 편견이 생길 수 있다. 성별과 상관없이 시와 어울리는 화자 목소리가 있다. 7살 어린아이의 화자, 20~30대 직장인의 화자 등을 잘 표현하는 낭독자가 선정 1순위다.

 

시간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연령층은 20~30대다. SNS(사회관계망) 팔로우나 정기공연 참석자를 집계해 추측을 하고 있다. 여성 이용자가 조금 더 많다. 이용자 성비는 5248이다. 시를 잘 아는 사람보다는 일상에서 시를 접하고 싶은 사람들이 시간을 많이 찾는다.

 

“(시간 이용자 중에서는) 일상에서 시를 접하지 않은 분들이 많다. 시를 소비하는 방법을 몰랐던 탓이다. 사용자들은 시간 앱을 백색소음처럼 틀어두기도 한다. 문학의 일상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은 스쳐가는 시어들을 일상 속으로 불러들여 집중하게 만든다. 시라는 정의에 국한되지 않아도 된다. 과거 소녀시대를 좋아했던 팬이 어느 순간 가요에 환멸을 느꼈단다. 의미없는 가사, 반복되는 후렴구에 지친 것이다. 한동안 클래식만 듣다가 시간 앱을 만났다. 우리에게 시를 듣고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강지수 시간 대표가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르호봇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김률희 PD


◇ "책이 문학의 유일한 매개체 아냐… 콘텐츠의 다양화로 문학거래 활성화 될 것"

 

강 대표는 스타트업 팀원들에게 늘 미안함을 갖고 있다. 경영이 아닌 독일어를 전공한 대표를 둔 탓에 사업 속도가 느렸던 것 같다고 강 대표는 말했다. 시간은 정부 지원사업에 2번 선정됐다. 아직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지 않았다. 대신 팀원들이 전부 다 스타트업 기둥이라는 생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 구성원 6명이 모두 제 역할을 해준 덕에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어제도 어떤 시인 분께 호소했다. 왜 스타트업이 문학을 한다고 하면 (사업 영역을) 좁게 볼까. 문학의 대표적인 매개체가 책인거지, 유일한 매개체는 아니다. 문학작품의 시장성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문학이 할 수 있는 매개체를 찾아다닌다. 낭독음원부터 생필품, 문구 등 굿즈(goods), 정기공연 등 다양한 형식으로 문학을 퍼트릴 수 있다. 결국 시장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생기면서 오디오 콘텐츠도 주목받고 있다. 문학작품 거래는 활성화 될 것이다.”

 

시간은 시 낭독 음원 외에도 2016년부터 정기공연을 하고 있다. 20172월 서울시 청년예술단에 선정돼 공연 횟수도 늘렸다. 지금은 격월로 정기공연을 하고 있다. 장소는 그때마다 다르다. 유목식 공연이다. 다른 공간에서 다른 분위기와 콘셉트를 선보이는 게 목표다.

 

보통 낭독자는 무대 뒤에 숨어있지 않나. 우리 공연은 낭독자가 무대 위에 올라간다. 콘셉트에 맞는 화장과 의상을 준비한다. 소품도 무대 위에 설치하고 큐시트도 구성한다. 인디 뮤지션이 직접 공연하기도 한다. 공연을 하고 나면 허하다. 유명연예인이 큰 공연을 마친 기분? 발품 팔아 공연을 준비한다. 다 끝나면 일일이 장비를 반납하러 가야하는데, 그때 가장 허한 것 같다.”

 

강 대표는 시 외에도 다른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시 낭독 음원뿐만 아니라 모든 시적인 순간을 콘텐츠로 만들 수 있다고 강 대표는 생각한다. 작가와 사용자를 위해서도 콘텐츠가 다양해져야 한단다. 강 대표는 계속 자각 중이다. 창작자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위해서.

 

하반기엔 디지털 계약처리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지금은 계약서를 서면으로 처리하고 있다. 계약 및 유통 배급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개인적인 목표는 매번 다르게 대답하게 된다. 시간의 비전이 지속됐으면 좋겠다. 나중에도 향후 목표를 묻는 질문을 받고 싶다. 

차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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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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