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비대면 채널 확산 ‘주춤’

최근 금융업계가 비대면 채널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만 유독 비대면 채널을 통한 상품 판매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최근 금융업계가 비대면 채널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만 유독 비대면 채널을 통한 상품 판매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규제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보험회사의 비대면채널 활용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초회보험료 기준)과 손해보험(원수보험료 기준)의 비대면 채널 판매비중은 각각 1.4%, 12.1%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명보험의 경우 2012년을 최고점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비대면 채널이란 보험설계사가 아닌 텔레마케팅(TM), 온라인(CM), 홈쇼핑, 모바일 등의 판매망을 일컫는다. 특히 최근에는 은행 창구를 통해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를 넘어 모바일로 보험을 판매하는 모바일슈랑스(모바일+방카슈랑스)가 유행하고 있다.

TM, 홈쇼핑, CM,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은 2000년 이후 ‘신채널’이라고 불리면서 대면채널, 방카슈랑스 채널과 함께 보험시장의 주된 채널로 성장할 것이 예상됐으나 아직까지 성장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초기 예상과 달리 비대면채널이 활성화되지 못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존재하나, 2010년 이후 불완전판매와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소비자보호를 강화하는 규제감독 정책 등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비대면채널 매체의 특성상 정보비대칭성으로 인한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우려해 지속적인 감독강화를 추진해 왔다. 불완전판매란 은행, 투자신탁회사, 보험사 등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상품의 운용방법, 위험도, 손실가능성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비대면 채널을 통한 보험 상품을 살펴보면, 구조나 약관이 단순하고 정형화 돼 있는 것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생명보험의 비대면채널 상품별 초회보험료는 보장성보험(55%), 특별계정(30.5%), 생존보험(9.7%), 생사혼합보험(4.7%) 순으로 집계됐다. 복잡한 생명보험 상품의 경우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아 비대면채널을 통한 상품판매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 역시 지난해 기준 비대면채널 상품별 비중에서 자동차보험이 55.9%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상보험과 같은 고도의 보험기술 및 국제성과 기업성이 요구되는 상품의 경우 대면채널을 통한 가입이 많은 반면 정형화된 자동차보험 상품의 경우 비대면채널을 통한 가입 비중이 높았다.

비대면채널의 경우 대면채널에 비해 사업비가 저렴하고 중저가 상품공급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최근 비대면채널의 불완전판매 비율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점도 향후 성장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안철경 선임연구원은 “대면채널 위주의 영업행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판매채널의 활용을 통해 혁신적인 사업모형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비대면채널 판매에 용이한 신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비대면채널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과도한 규제로 거래 비용이 증가하는 경우 비대면채널의 가격경쟁력 및 소비자 접근성을 저하시킬 수 있어 산업 발전과 소비자보호를 고려한 균형있는 규제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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