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임시국회 주력했던 민생‧규제법안도 불발…“입법 방점 둔 평가 지표 필요해”

8월 임시국회가 지난 30일 사실상 ‘빈손국회’로 마무리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국회에 계류 중인 1만 건 이상의 법안들도 대부분 올해 말 자동폐기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회의 법안 심사와 입법 과정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8월 임시국회에서 민생경제법안과 규제개혁법안 처리가 불발되면서 국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이창원 기자

◇또다시 ‘빈손’…입법실적 지지부진한 국회

20대 국회는 지난 2016년 5월 30일 임기가 시작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기 대통령 선거에 이어 올해 지방선거까지 치르게 되면서, 국회가 본연의 업무에 소홀하게 됐다.

최근의 경제악화 상황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 중에는 민생경제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장기간 계류하고 있는 것도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의 경제정책을 지원 및 보완하는 법안들이 국회에 발목 잡히면서 정책들이 온전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주장은 당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시작됐고, 야당들도 ‘입법실적’을 내야한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여야3당은 지난달 민생경제법안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법안 논의 및 협상에 착수했다.

당장 시급한 민생법안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 법안들에 대한 논의를 집중하면서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재차 내비쳤다. 하지만 여야는 약 한 달간의 TF논의와 지도부간 협상에서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무쟁점 법안 38건만을 통과시키는 데 그쳤다.

지난달 20대 하반기 국회가 시작되면서 ‘일하는 국회’가 강조돼 왔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취임 직후부터 취임연설, 여야 원내대표 정례회동 등 공식 석상에서 이 부분을 재차 언급했고, 구체적으로 법안소위원회 주2‧3회 정례화, 소위원회 활성화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각 정당들도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저조한 입법실적 상황이 이어질 경우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 속에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생경제법안과 규제개혁 법안의 국회 통과 마지노선을 9월 정기국회로 보고 있다”며 “정당들 간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지겠지만 더 이상 늦춰질 경우 비난의 화살은 국회를 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을 예상하고 있는 정당들은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각자의 이유에 따라 정기국회에서 결국 합의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기국회에서는 합의에 이르겠지만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면서도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8월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계류법안, 자동폐기 가능성 높아…법안심사‧처리 방점 평가 필요성 제기

민생경제법안‧규제 개혁 법안 등 쟁점 법안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간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과 관련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기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1만816건(의원 발의 1만400건, 정부 발의 416건)이다. 국회 법제사법원회의 계류 법안만도 1023건에 이르고, 행정안전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도 각각 1472건, 1135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20대 국회가 각종 정치 이벤트와 정치 공방으로 파행을 거듭하면서 법안 심사 및 처리에 소홀한 결과다. 또한 여야 의원들이 정치 공방에만 함몰돼 상임위에서 법안 심사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심지어 지난 임시국회 본회의 직전까지 쟁점 법안에 대한 협상을 이어갔던 여야3당 원내대표가 상임위 차원의 심사와 준비가 부족해 합의를 이끌어내기 힘들었다고 밝힐 정도다. 지난 약 한 달 동안 핵심 이슈였던 법안에 대해서도 “부족했다”라는 평가를 받은 것을 통해서 현재 상임위에서의 법안 심사 활동이 얼마나 저조한 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계류 중인 1만 건 이상의 법안들 중 대부분은 심사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올해 말 자동폐기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의원들의 심사 및 처리에 대한 열의가 좀처럼 관측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법안 심사‧처리 항목에 방점을 둔 평가 지표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의원들에 대한 평가는 이미 여러 시민단체들에서 진행되고 있다. 법률소비자연맹의 경우 본회의 재석, 상임위원회 출석, 법안표결 참여, 처리된 대표법안발의 성적, 처리된 공동발의 성적, 국정감사 현장출석, 국정감사 우수의원, 대정부 질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 윤리특별위원회 감점, 비상설특별위원회 활동, 상임위원회 소위원회 활동 등 12개 항목으로 의원들을 평가해 상위 25%에게 국회의원 헌정대상을 수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와는 별개로 국회 본연의 입법 업무에만 집중한 지표를 통한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또한 이 평가 결과를 국회 홈페이지, 언론보도, SNS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파해 의원들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을 때 이들의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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