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 안 된 사실 홍보, 명백한 기만행위”…주택성능등급 규정까지 위반

 

HDC현대산업개발이 허위·과장 광고로 ‘사기분양’ 논란에 휩싸였다. 확정되지도 않은 사실을 홍보문구에 실었다가 입주예정자들의 공분을 샀다. 현대산업개발이 허위·과장 광고와 관련된 구설수에 잇따라 오르내리면서 정몽규 회장의 ‘정도경영’도 무색해진 모양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HDC현대산업개발이 허위·과장 광고로 사기분양논란에 휩싸였다. 경기도 운정신도시의 한 대단지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현대산업개발이 확정되지도 않은 사실을 분양 홍보문구에 사용해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또 입주자공고문에 공동주택 성능등급 인증서를 누락해 주택성능등급 규정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산업개발이 허위·과장 광고와 관련된 구설수에 잇따라 오르면서 정도경영을 외치던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보할 때는 최우수 등급이라더니계약 후 일반등급으로 둔갑

 

논란이 되고 있는 단지는 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 내 위치한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3042세대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운정신도시에서 최대 규모 단지로 평가된다. 사업비 규모만 1조원이 넘는다. 이 단지는 개통 예정인 GTX 수혜지로 꼽히며 올해 1월 초 진행한 분양도 성공적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입주예정자들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파트의 녹색인증 등급이 분양당시 홍보문구에 봤던 최우수등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녹색건축 인증은 정부가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량 저감을 위해 도입됐다. 20146월부터 10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에서 의무적으로 취득하도록 관계법령이 변경됐는데 평가 점수에 따라 최우수(그린 1등급), 우수(그린 2등급), 우량(그린 3등급), 일반(그린 4등급)의 네 등급으로 나뉜다.

 

현대산업개발은 분양 당시 홈페이지·홍보책자·블로그 등에 녹색건축 인증 최우수 1등급(예정)’이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사실이라면 에너지절감에 효과적인 동시에 아파트 가치도 올라갈 수 있기에 청약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많은 홍보물들에서 이 부분이 강조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운정 아이파크는 가장 낮은 일반등급을 받았다.

 

입주예정자 확정 안 된 사실 홍보물에 넣은 행위는 고객 기만”vs 현대산업개발 단순표기 오류

 

홍보문구와 다른 등급을 받은 소식이 알려지자 입주예정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현대산업개발은 분양 4개월이 지난 5월에서야 운정 아이파크 홈페이지에 공지문을 띄웠다. 공지문에는 운정신도시 아이파크의 녹색건축물 인증은 일반등급으로 시공 예정이며 계약 체결 시 홈페이지 및 카탈로그 상 표기된 최우수 등급(예정)은 제작 과정 상 단순 표기 오류이며 이로 인해 고객 여러분계 혼선을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현대산업개발은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분양 당시 홈페이지·홍보책자·블로그 등에 ‘녹색건축 인증 최우수 1등급(예정)’이라는 문구를 삽입했지만 계약 이후 4개월이 지나서야 단순 표기 오류 였다는 입장을 내놨다.

 

단순표기 오류였다는 현대산업개발의 답변에 청약자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 입주예정자는 대기업이 동네구멍가게도 아니고 1조 사업짜리 하면서 그렇게 단순 표기오류라고 딸랑 말하면 끝이 나는거냐그리고 입주자공고문에 대한 글자는 하나하나 신경을 쓰는 건설사들이 이러한 부분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녹색건축 인증을 받기도 전에 분양광고에 표기한 행위는 경솔했다는 지적이다. 이 입주예정자는 계약이 1월 초 진행됐고 녹색건축 인증은 2월에 나왔다확정되지도 않은 사실을 많은 홍보물에 넣으면서 3000세대를 상대로 허위·과장 광고를 한 셈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입주예정자는 홈페이지, 블로그 등 온라인에 홍보했던 문구들이 하나 둘 삭제되기 시작했다항의가 생각보다 심각해지자 미리 문제가 될 소지를 없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동주택 성능등급 인증서도 누락법 위반하면서 분양, 이해 못해

 

현대산업개발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규정에 따르면 1000가구 이상의 신규 분양 단지는 입주자 공고문에 층간소음 등 주택 품질·성능 등과 관련된 공동주택 성능등급 인증서명시해야 한다. 선분양 제도 하에서 소비자가 자신이 구입한 아파트의 성능등급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진 제도다최근에는 국토교통부가 이 규정을 500가구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성능 등급을 소비자가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정도로 정부에서도 관심이 높다.
 

현대산업개발은 입주자공고문에 필수적으로 명시해야 할 ‘공동주택 성능등급 인증서’도 누락했다. 인근 단지인 ‘운정 센트럴 푸르지오’와 ‘운정 힐스테이트’가 이를 모두 명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진=운정 센트럴 푸르지오·힐스테이트 입주자모집공고문​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운정 아이파크 입주자공고문에서 공동주택 성능등급 인증서를 누락했다. 이는 녹색건축 인증과 관련이 있다. 공동주택 성능등급 인증서는 앞서 설명한 녹색건축 인증의 예비인증 단계에서 정해지기 때문이다.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을 진행한 셈이다. 반면 인근의 운정 푸르지오’, ‘운정 힐스테이트등의 입주자공고문에는 이 부분들이 모두 명시돼 있다.

  

한 입주예정자는 평생 모은 3억~5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첫 아파트를 사면서 아파트가 튼튼한지, 소음은 얼마나 발생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깜깜이 분양을 받았다법을 위반해서까지 분양을 급하게 진행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 하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입주예정자들은 홍보문구에 맞는 시정조치와 정중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아직까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허위·광고 구설수정몽규 회장 정도경영도 무색

 

사실 현대산업개발은 그동안 크고 작은 허위·광고 논란에 휩싸여 왔다. 3일산 센트럴 아이파크는 분양 당시 롯데마트가 입점할 것이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입주가 지난 지금까지 깜깜 무소식이다. 이외에도 작은 도서관, 초등학교, 오픈스페이스 형태의 조경 등이 지켜지지 않아 입주예정자들은 사기분양이라며 집단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016년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세종메이져시티300~400세대 별도 4개 블록으로 이뤄짐에도 마치 한 블록에서 3000세대 메머드급 단지로 홍보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외에도 용곡아이파크(단지 바로 옆 초등학교 광고, 실제는 2km 떨어진 곳에 위치), 청주아이파크(분양 홍보물보다 안방 한쪽 길이가 30~49cm 적게 시공) 등에서 논란이 일었다.

 

3월에는 허위광고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조치를 받기도 했다. 공정위는 현대산업개발이 남가좌동 DMC 2차 아이파크 분양 당시 서부경전철 착공시기가 2020년인데 2019년으로 광고한 것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허위·과장광고에 해당되는 위법행위이라고 판단했다. 2010년에는 경기 파주시 자유로 아이파크분양 당시 국토교통부 계획에도 없던 경의선 신운정역이 신설될 예정홍보문구가 허위·과장광고로 인정돼 입주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는 일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의 허위·과장광고 논란이 끊이지 않음에 따라 선친 고() 정세영 명예회장 때부터 강조해온 정몽규 회장의 정도경영도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은 공사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하는 ‘2018 시공능령평가에서 지난해 보다 2단계 하락한 10위를 차지했다기업 이미지가 중요한 건설업계 시장이기 때문에 반복된 허위·과장 광고의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기분양’ 논란과 관련 현대산업개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회사측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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