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노조 입장 엇갈려 올 임단협 난항 예상, 수주산업 특성상 타격 불가피…“노사 이슈 등 경영 불확실성 줄여야”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우조선해양이 올 2분기 연속 반짝 흑자를 내고도 노조와의 임단협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며 웃지 못하고 있다. 정부 자금 지원을 받은 회사 입장에선 노조 요구 뿐만 아니라, 채권단의 입장도 충분히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교섭에 난항이 예상되는 까닭이다. ​수년간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조와 입장차가 점차 벌어지는 점도 경영 부담을 가중할 전망이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대형조선사 중 유일하게 2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3257억원, 영업이익은 22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7%, 65.5% 감소함 수치지만 1분기에 이어 흑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3.6% 감소한 2062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적엔 수주 실적 개선과 원가절감노력이 뒷받침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주력제품인 LNG운반선과 초대형컨테이너선, 초대형유조선이 연속 건조되며 생산성이 향상되고 2015년 이후 추진해 오고 있는 원가절감노력도 결실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 상승과 해양플랜트의 추가정산 확보도 연속흑자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해 자구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달 망갈리아조선소 매각을 완료하면서 239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망갈리아조선소가 종속회사에서 제외되면서 3분기 장부엔 4600억원 규모의 처분손실이 반영되지만 회사는 회사 총 자본과 현금흐름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기간 대형조선사들이 부진한 경영 실적을 거둔 데 반해 대우조선은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 같은 성적을 두고 노사의 입장은 엇갈린다. 회사는 아직까지 자구 이행을 위해 자체 긴축에 나서야 한다고 보지만, 노조는 지난 2년간 고통을 분담한 일선 근로자에게 수혜가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지난 6월 시작된 노사의 임단협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 임단협에서 노조는 기본급 4.11% 인상, 사내 근로복지기금 50억원 출현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3년간 13조의 정부 자금을 지원받은 까닭에 노조 요구 뿐만 아니라 채권단의 입장도 충분히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7일 개최된 23차 교섭에서 노조에게 기본급 동결(정기승급분 제외), 상여급 600% 지급주기(월 분할) 및 상여급 100% 기본급 전환시 3만원 추가지급 등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했다. 회사가 자구 노력을 위해 전직원 임금 10% 반납을 요구해 온 데 비해 노조와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평가된다. 

 

노조는 일단 회사의 제시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한 발 물러섰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노조 요구안에 대한 전체적인 반영은 이뤄지지 않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회사가 전향적인 제시안을 내놓으며 교섭을 이끌어야 한다”면서도 “회사가 교섭 중 채권단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에 합의안 마련에 속도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노조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2018 임단협 타결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산업은행 등이 노사 교섭에 부당 개입을 하고 있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지분 56%가량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러나 노조는 단체 교섭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선 채권단의 금융논리가 개입해 교섭 진행이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채권단 등은 대우조선이 아직까지 자구 이행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메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사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경영 정상화의 기반을 닦았다고 확신하기에는 이르다”며 “파업을 벌이지 않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노조는 채권단, 정부 등이 합류한 협의체를 구성해 교섭 테이블에 함께 동참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혹은 노사의 자율 교섭을 통해 도출한 합의안을 채권단 등이 검토하고 동의하는 방식으로 교섭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채권단이 간접적 압박을 가할수록 회사는 눈치를 보면서 교섭에서 소극적 제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산은, 채권단 측과 대화할 마음은 항상 열려있다”며 “여태 교섭이 지지부진 했던 이유는 채권단의 입장이 노사 협상에 개입돼 왔기 때문이다. 교섭 테이블에 채권단을 동반해 3자 협상을 진행하는 방안, 혹은 회사와 노조의 자율적 교섭 이후 채권단에 동의를 구하는 방향으로 자율적 교섭이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한 데 이어 파업권을 확보한 점은 사측의 부담을 더하는 요소다. 노조는 올 추석 전까지 임단협을 타결시키기 위해 강경 노선을 취하는 것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올해 최초로 산별노조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달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93.4% 찬성으로 파업권을 확보했다. 다만 대우조선이 지난해 산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으며 노조가 무분규 동의서에 합의한 바 있어 파업 명분은 다소 희석됐다. 


업계선 하반기 후판가 인상 등 악재가 도사린 가운데 노사 갈등이 겹칠 경우 수익성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올 연말까지 자구 이행에 따라 인력 감축도 예정되며 고용 보장 안건을 두고 노사 입장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과 같은 강경책이 노사가 타협점을 찾아가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보기엔 회사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수주산업 특성상 노사 관계가 안정될 때 선주들이 신뢰를 갖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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