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자회사 금호티앤엘 하청직원 사망, 앞서 금호석화 고무 공장 폭발 사고도…안전불감증 우려

그래픽=조현경디자이너

여수산업단지내 금호석유화학그룹 계열사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면서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작은 사고가 대형 사고의 경고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안전 강조가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30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금호석유화학 계열사 금호티앤엘의 하청 직원이 여수 낙포 공장에서 작업 중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직원은 컨베이어벨트에서 점검 작업을 진행하던중 벨트가 작동하면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후송된 이 직원은 결국 사망했다.  

금호티앤엘은 금호석유화학그룹 내 물류계열사로 주로 유연탄 저장시설과 운송 관련 서비스업을 맡고 있는 업체다.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금호티앤엘 지분은 95%에 달하며 사실상 확고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금호티앤엘은 여수시 낙포동에 위치한 여천일반부두에서 유연탄을 하역하고 보관 및 운송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금호티앤엘이 들여온 유연탄은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한 계열사 생산공정에 사용되는 스팀을 만드는 원료다.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한 여수산단 내에서 금호그룹 화학계열사인 금호석유화학은 비교적 안전한 사업장으로 꼽히는 반면 관계사인 금호티앤엘은 대형사고에 자주 노출됐다. 지난 2014년에는 유연탄 하역과 보관 등을 위한 사일로를 준공후 만 1년도 되지 않아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2015년에는 화재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금호티앤엘 사망 사고는 금호석유화학그룹 전체의 안전불감증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도 안전을 강조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당부가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여수와 울산 석유화학단지 내에서 유독가스 누출, 공장 화재, 전기 폭발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했었다"며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과 함께 안전을 다시 한번 되새기길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실제로 금호티앤엘의 사망 사고 이전에 금호석유화학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 고무 2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다. 지난 18일 발생한 이 사고로 인명손실은 없었지만 협력업체 근로자 4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고의 원인으로는 합성고무 건조설비 내부에서 과열로 인한 화재가 지목된다. 화재는 5분 만에 진압됐지만 지역 주민과 근로자들의 불안감을 키울 만한 사고였다. 

여수 산단 인근 주민은 "화학업체들이 몰려 있는 여수 산단에서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며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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