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조공, 열정적인 팬 활동을 격려하기 위한 다양한 차원의 ‘마케팅적 지원’

심심찮게 들려오는 조공문화(혹은 서포트)의 변화 양상 중, 연예인이 팬들에게 선물을 하는 경우들이 부쩍 많아진 것 같아 보인다. 일견에서는 이를 ‘역조공’이라고 명명하는데, 실제로 네이버에 오픈 사전에도 기재돼있듯이 팬덤에서는 아주 흔히 사용되는 신조어다. 

 

역조공이란 주로 서포트를 받던 입장이었던 연예인이 자신들의 팬을 위해 반대로 그들에게 선물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듯, 조공이라는 의미가 연예인과 팬덤 사이의 권력관계를 상하로 고정시키기 경향 때문에 용어 사용이 자정되는 경우가 있으나, 이 역조공이라는 용어는 이전까지의 팬을 바라보는 기획사나 연예인들의 시선이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전적인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역조공이 연예인 개인의 팬덤에 대한 애정에서부터 비롯된 상호작용적 행위라고 할지라도, 현재의 역조공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연예인이 소속된 기획사 전체의 입장에서 팬의 위치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문화적 양

상 중에 하나다. 

 

팬덤은 애정에서 비롯된 다양한 팬-노동을 자발적으로 하기 마련이다. 특히 공개방송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은 자신들의 의지로 수 십시간을 기다려 줄을 서고, 자신의 연예인을 보기 위해 슬로건이나 자체 제작 굿즈를 만들기도 한다. 이를 위해 투여되는 팬들의 노동량(경제적 자본을 비롯하여)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문제는 방송에서 비춰지는 팬덤의 크기와 팬 실천의 모습이 대중적 인기의 척도가 된다는 데 있다. 추석이 다가오면 아이돌 팬덤은 자신의 연예인이 ‘아육대’라고 불리는 ‘아이돌스타 육상선수권 대회’에 참가하는지부터 살핀다. 

 

한 지상파 프로그램인 아육대는 겉으로는 아이돌들의 경기모습만을 방송하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팬덤끼리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각 아이돌 그룹의 팬덤이 몇 석을 배정받았는지, 자신이 응원하는 그룹이나 멤버를 위한 슬로건 혹은 현수막이 어디에 걸렸는지와 같은 부분은 그 해에 어떤 아이돌 그룹이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조공은 팬덤이 이전까지 해오던 자발적이고 열정적인 팬 활동을 격려하기 위한 다양한 차원의 ‘마케팅적 지원’이기도한 것이다. 물론 팬들은 이러한 역조공에서 연예인과의 가상적 친밀성을 느끼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까지 자신을 ‘새우젓(두드러지지 않는 팬들 개개인의 정체성을 빗댄 용어)’이라 명명하며 살아왔던 팬들로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제공한 선물을 통해 더 많은 가장적 친밀성과 상호작용을 생성해낼 수 있다. 특히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라 쓰고 역조공이라 읽는다)이 새삼 입덕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연예인과 기획사 모두가 알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