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연일 비판‧장하성 사퇴 요구…김동연 “일부 부정적 작용 인정, 종합판단 필요”

문재인 정부 경제기조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두고 정치권 논의가 연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야당은 최근 경제악화 지표들이 연이어 발표되자 이를 8월 임시국회의 주 의제로 삼고 강하게 비판하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기‧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경제정책을 주도해 온 인사들을 향해 책임지고 물러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에 맞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시행된 지 7개월 밖에 지나지 않아 효과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이어나가겠는 입장을 밝혔고, ‘경제투톱’ 중 한 명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문재인 정부 경제 3대축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에 대한 정책이 동시에 맞물려 돌아갈 때 온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시간’을 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7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는 2주 연속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이른바 ‘고용참사’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지난 주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과 일자리 예산을 역대 최고치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일일 평가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정치권은 자영업자와 서민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에 따라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지속 여부’를 둔 정치 공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올해 말까지 자영업자와 서민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긍정적 효과’를 보일 수 있는지가 향후 국정운영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野 “소득주도성장 폐기‧경제참모 교체”…정부 “종합적 판단 필요해”

야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한 책임 있는 인사들에 대한 교체 요구를 이어갔다. 이 같은 야당의 공세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분배구조를 바로잡는데 온 힘을 다 쏟고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데도 이게 오기도 아니고, 무대포로 밀어붙이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장 실장이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지적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적반하장(賊反荷杖)격 태도’라고 비판하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기‧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에 자유한국당에서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도 정부의 ‘일방통행식’ 태도를 지적하면서 경제구조 혁신과 시장 환경 개선 등을 통한 기업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참모들에 대한 책임 인사 조치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통계지표가 나빠지는 것은 장하성 정책실장을 교체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고용참사’가 현실화되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해 왔던 장 실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에 장 실장은 지난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4개월 후 15만 명 취업자 증가’를 실현하지 못할 경우 ‘정책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야당의 공세에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말까지 기다려달라는 입장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최하위 계층‧자영업자 등에 일부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귀담아 들을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부총리는 “이 문제가 한 분기, 두 분기에 악화된 게 아니어서 제대로 된 정책 방향을 잡아서 같이 좀 봐야겠다는 두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자영업자나 근로소득자가 잡(job·일자리)을 유지했을 땐 긍정 효과가 있지만 일부 업종과 계층에 대해서는 고용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부분이 혼재돼 있어 긍정, 부정 부분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장 실장도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로 가계소득이 늘고 있지 않다는 점과 소득불평등의 심화를 꼽았다. 특히 가계소득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기업소득 비중과 기업저축은 증가했고, 기업투자는 크게 늘지 않고 있는 경제구조가 한국의 경제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장 실장의 진단이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정책을 통해 경제구조의 문제를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인상’ 프레임을 통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전환하라는 야당의 주장은 적절치 못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정책은 늘 양면성이 있다"면서 "정책의 변화, 구조의 변화로 인해서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분들이 더 고통 받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 분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고, 정부가 함께 나누어 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2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취재진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요한 것은 ‘체감할 수 있는 성과’”…“세밀한 정책 마련 필요”

이렇듯 정부와 야당의 팽팽한 신경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전과 같이 정부의 ‘버티기’와 야당의 ‘떼쓰기’식의 행태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정부가 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입법적‧정치적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적극적인 설득과 타협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야당의 입장에서도 ‘무조건 반대’하는 태도보다는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태도가 향후 정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 공방이 오래될수록 경제정책에 직접적인 실생활에 영향을 받는 서민‧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심화된다. 이때는 그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지금은 정부를 향한 원망의 목소리가 높지만, 잇따른 협상 불발로 세부 정책들에서조차 변화하는 모습이 없을 경우 정치권 전체로 원망의 화살이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다. 더 나은 국민의 삶을 위해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라며 “실생활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보이는 것이 핵심이다. 정치권의 공방은 그 어떤 말로도 국민을 설득할 수 없고, 성과에 따라 국민은 판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실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용참사’ 이후 급격히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대한 정부의 세부 지원‧구제 대책이 발표된 시기에는 일일 지지율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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