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운반선 등 수주 업황 개선에도 후판가 인상, 노조 부분파업 돌입 악재로 ‘골머리’…삼성重‧대우조선해양도 인원감축 두고 노사 갈등 본격화, 산업 경쟁력 악화 우려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 회복세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후판가 인상에 이어 파업 리스크에 직면한 모양새가 됐다. 업계 최대 노조 현대중공업 노조가 부분파업에 돌입한 한편, 올 연말 대규모 인원감축을 앞둔 삼성중공업, 대우해선조양 역시 노사 갈등이 본격화되며 회사의 경영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업황 악화에 이어 고용 문제를 두고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지속적인 인력 이탈로 인한 산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조선 빅 3의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량은 현대중공업 13척, 대우조선해양 12척, 삼성중공업 9척 등으로 집계됐다.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전체 선박 발주량 가운데 한국이 42%를 수주하며 중국(33%)과 일본(10%)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업황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잇단 선박 수주에도 대형조선사는 마냥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3사 모두 올 임단협을 두고 노사간 이견차가 벌어지며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 까닭이다. 올 연말까지 대규모 인력 감축이 예정된 탓에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노조 반발 역시 거세질 전망이다. 이들 3사의 올해 임단협의 쟁점은 구조조정으로 좁혀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7일 해양사업부 본관 앞에서 1000여명이 모여 파업을 진행했다. 노조는 회사가 실시한 해양공장 희망퇴직 등에 반발해 오는 29일까지 부분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근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은 “그 동안 노동조합과 지역사회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3세 경영승계와 하청화 구조조정, 노동탄압을 일삼는 회사를 규탄하고 하청까지 조직화한 총파업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해양사업부는 지난 20일 나스르 원유생산설비의 마지막 물량을 출항시킨 이후 일감이 끊겼다. 회사는 해양사업부 조직을 축소하고 희망퇴직 등을 통해 대규모 감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 23일 김숙현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대표는 담화문을 내면서 “일이 없는 만큼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인력감축을 위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해양사업부 노동자 2600명 중 1220명을 대상으로 무급휴업하기로 하고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기준 미달 휴업수당 지급 승인 신청을 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휴업 시 평균임금의 70%를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하지만, 회사 경영 상태가 어려울 경우 노동위원회 승인을 받아 이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할 수 있다. 

 

회사 측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이 파견, 전환배치와 같은 대안 모색 없이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했다며 반발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 절벽이 도래한 지난 2015년 이후 4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노조는 지난 2년간 임금동결에 합의하며 경영정상화에 동참했지만 최근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사간 갈등도 커지는 모양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역시 올 연말까지 인원감축을 앞두고 있어 임단협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수주 실적이 저조한 삼성중공업은 영업 실적이 악화되며 인원 감축 및 긴축 경영에 돌입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올 2분기 영업 적자 1005억원을 기록해 직전 분기(적자 478억원) 보다 적자폭이 늘었다. 회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3000여명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진행한 데 이어,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전체 근로자 1만명을 대상으로 한 달간 무급 순환휴직을 제시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이에 반발하며 지난 16일 삼정전자 서초 사옥과 국회의사당 앞에서 상경투쟁 집회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6년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에 따라 올 연말까지 9000여명 규모로 인력을 줄여야 한다. 지난 상반기 기준 직원수는 1만378명으로 최대 2000여명 감원이 예상된다. 현재 삼성중공업엔 정식 노조가 없지만 회사와의 갈등이 깊어짐에 따라 정식 노동조합 결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자구안을 이행하기 위해 올 3분기 경영 실적과 수주 여건을 고려해 인원감축에 나설 전망이다. 올해 6월 기준 대우조선해양 직원수는 9960명으로, 올 연말까지 수주 실적을 고려해 9000명 규모로 인원을 줄일 수 있다. 임금 인상 건을 두고 노사가 이견을 보인 까닭에 임단협도 난관에 부딪혔다. 회사는 노조에 임금 10%를 반납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는 4.11%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조선사가 일감절벽으로 인한 고용비 절감에 나서는 가운데 철강업계가 후판 매입가를 인상한 점도 위기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포스코, 현대체절, 동국제강 등 철강 3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 등과 하반기 후판 가격 인상에 합의해 65만원선이었던 톤당 후판 가격은 70만원대를 넘게 됐다. 가격인상은 지난달 공급 물량부터 소급해 적용된다. 


하반기 조선업계에 닥친 대내외적 리스크에 수익성 타격은 물론 장기적 산업 경쟁력 약화도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노사 회사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인적 자원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산업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회사의 경영난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어쩔 수 없이 단행해야 겠지만 인적 조정으로만 감행하게 되는 부분은 문제가 있다. 노동집약산업 특성상 기술 인력의 개인적 역량이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인력 관리에 나서야 한다​며 ​이 같은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대규모 인원 감축은 업황이 개선될 경우 오히려 더 큰 손실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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