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북한 놓고 국내 입지 다지는 정치용 카드로 사용 분석…“극단적 최악 상황까지 치닫진 않을 듯”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지난 22~23일 이틀간 진행됐던 미·중 간 무역협상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이 취소된 것과 맞물려 양국 무역전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중 무역 갈등 문제를 북한 비핵화 협상보다 먼저 풀겠다고 공언했다. 또 중국이 위안화 환율 및 보복 관세 문제로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으면서 북한의 비핵화에도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주변을 강경파들이 장악하고 있다며 지난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이 결과물 없이 끝난 것도 미국 강경파들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초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무역협상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측은 중국에게 액화천연가스(LNG), 대두 등 미국 제품을 더 많이 사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 중국에게 △정부 보조금 중단 ​지적재산권 존중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게 부당한 기술이전을 강요하지 말 것 등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무역협상 중임에도 23일, 16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관세부과를 강행했다. 미국은 더 나아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제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무역전쟁에서 중국을 상대로 강도 높은 입장을 내비치는 데는 최근 중국이 북한과 친밀 외교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미중 간 격화되고 있는 무역 갈등 상황에서 강도 높은 경고 카드를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미국에 대해 관세 보복으로 대응하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도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개입해 미중 무역전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것이란 의심을 해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입지가 취약한게 사실이기 때문에 11월 중간선거에서 위기가 있다고 봐 승리할 수 있는 지지율을 끌어올릴 계기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과감하게 전 세계에 패권국가 힘을 보여주려는 것이다”며 “구체적으로 북한이 비핵화 속도를 내지 않는 것이 중국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중국 관세에 응징하겠다는 것으로 힘을 과시하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 갈등 협상이 실패하고,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도 취소로 이어지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 역시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질 전망이다. 전날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차주 방북을 발표한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점을 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전략을 다시 강경노선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조만간 만나길 기대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아마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해결된 이후 가까운 미래에 북한에 갈 것”이라고 밝혀 비핵화 협상 재개의 여지를 남겼다.

중국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책임을 들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미룬 것에 강력히 비판했다.

인민일보는 “미국의 행동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한 달 전 미국이 돌연 회담 취소를 선언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북한의 고위급 관료가 미국을 방문하고 나서야 미국은 다시 정상회담 일정을 원래대로 회복했다”며 “미국은 스스로 성의와 융통성 문제는 돌아보지 않고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도 평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책임론에 대해 반박했다. 환구시보는 “미중 무역전쟁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연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미국은 무역전쟁의 반격 수단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연계시키는 좋은 핑계 거리를 찾은 것 같다”며 “이러한 조치로 인해 비핵화 문제에서 미국이 진정성이 없음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진정성이 필요한 이때 미국은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하지만, 미국은 중국을 비난하고 있다”며 “중국은 비핵화 문제를 중미 관계를 위한 카드로 상용할 생각이 없지만, 중미 간 상호 신뢰 부족은 다른 영역에서 협력을 필연적으로 위태롭게 한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 평론가는 “중국이 사실 양보해버리면 트럼프가 승리하는데 더 힘을 보탤 수 있는데, 중국 또한 시진핑 주석의 중국 내 입지 강화를 위해 맞대응해야하는 상황이다. 다만 양국은 극단적으로 최악 상황까지 갈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역전쟁은 트럼프 국내 정치용이자 중국 압박 카드용이다. 당분간 중국은 미국에 맞대응하면서도 중국의 인내심을 보여줄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미국 시민에게 힘을 보여주려 할 것이다. 미국은 10월 쯤 남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면서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기위해 힘쓸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이 개입해 달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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