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특성·해당 지역 장단점 면밀히 검토한 후 진출 지역 결정해야


수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중국시장에서의 사업 성공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필자 또한 해당 명제를 가지고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고민을 거듭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자리하며, 그 해답에 대해 질문했지만 명쾌한 대답을 들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동일한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한 가지 사업을 중국 전역에서 성공시키는 방법에 대한 조언은 제가 드릴 수 없습니다. 저는 다른 지역의 특성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만약 사업 범위를 우리 지역에 한정한다면 제가 도움 드릴 것이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중국은 한국의 96배 면적과, 56개의 민족을 가진 큰 나라다. 92.5%가 같은 민족인 ‘한족’으로 구성돼 있다지만, 지역별로 문화, 정치 & 경제관념, 소비 패턴 등 거의 대부분의 특성이 천차만별이다.

1개 ‘성’(우리나라의 ‘도’ 개념)의 인구가 1억명에 육박하고, 행정 구역상 우리나라보다 면적이 넓은 경우도 있다. 평생 동안 다른 ‘성’에 가본 적 없는 토박이도 많다. 이와 같은 여러가지 이유로 중국인이나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오래 한 사람들은 ‘중국을 하나의 나라로 보지 말라’고 권한다.

중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지역간 비교가 ‘북경’과 ‘상해’의 비교다. 북경은 중국 정치의 중심이다. 대부분의 정부 기관이 이 북경시에 위치하고 있고, 그 만큼 ‘공안경찰’도 많이 보인다. 북경 토박이들은 대체로 몸집이 큰 편이며, 성격이 비교적 대범하다.

상해는 경제와 금융의 중심이다. 많은 은행들과 외국계 회사들의 중국본사가 위치해 있다. 상대적으로 날렵한 외모를 가진 상해인들은, 북방 사람들에 비해 경제관념이 투철하다고 알려져 있다.

도시 외관을 살펴봐도 북경에는 좌우로 큰 면적을 가진 건물이 많고, 상해에는 고층 건물이 많다. 지역별로 각기 다른 정치, 경제, 사회 구조는 스타트업 창업환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있다.

중국의 ‘창업 열풍’이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추진되고 있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면, 또 중국의 주요 대학들이 북경 중관촌 근처에 몰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중국 최고의 창업환경은 ‘북경’에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주요 창업투자회사 중 절반이상이 북경에 몰려 있으며, 매년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중국기업의 절반도 바로 이 북경에서 탄생하고 있다. 북경 중관촌은 중국 전역에서 가장 먼저 형성된 ‘창업 지역’으로, 중국 스타트 업 생태계의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

현재 중관촌 내에는 정부가 설립한 과학기술단지가 다수 위치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주요 ICT(정보통신기술) 기관의 본사와 연구소가 위치해 있다. AI(인공지능)와 같이 끊임 없는 연구와, 국가 지원이 필요한 산업에 속해 있는 스타트업은 중국 진출 시, 바로 이 ‘북경’을 진출 지역으로 우선 고려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만약 UX(사용자 경험), UI(사용자 인터페이스), 핀테크, 헬스케어 등, 소비자와 밀접한 비즈니스 개발이 필요하거나, 외국계 회사와의 협업을 염두해둔 스타트 업이 있다면 중국의 경제 중심지 상해를 진출 지역으로 검토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중국 내 GDP(국민총생산) 1위 도시인 상해는 ‘세계 최대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중국 디즈니 월드’가 위치할 정도로 소비자의 소비의식이 발달한 도시다. 외국과의 교류가 오래 지속된 만큼, 트랜디 한 글로벌 제품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이 비교적 적고, 영어소통이 가능한 액셀러레이터, 투자자들이 많이 위치하고 있다는 이점이 있다.

혹시 하드웨어의 빌드업(Build-up)이 중요한 스타트업이라면,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중국의 창업신도시 심천을 주목 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투자 중심인 홍콩과 주강 삼각주의 넓은 전자, 기계 산업단지를 앞뒤로 하고 있는 심천은, 중국 내에서 ‘하드웨어 프로토타입 제작’, ‘하드웨어 양산’을 가장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도시로 손꼽힌다.

또 1990년대 개혁개방 이후,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을 흡수해 새롭게 개발된 도시답게 중국 주요 도시 중에서도 가장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드론의 명가 DJI, 대표적인 로봇 유니콘 UBTECH 등이 바로 이곳 심천의 기업들이다.

최근에는 창업의 중심지로 이미 제법 널리 알려진 북경, 상해, 심천 외에도 데이터 비즈니스와 물류 비즈니스의 중심이자 알리바바의 본사가 위치한 항저우, 교통과 에너지 산업의 중심 무한 등, 과거에는 비교적 주목 받지 못했던 도시들의 창업 성과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때문에 향후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수도니까 북경’, ‘경제는 상해’와 같은 단순한 생각보다는, 회사의 특성과 해당지역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진출 지역을 정하는 것이 옳은 순서일 것이다.

중국은 큰 나라다. 중국 내 진출 도시를 선택하는 문제는, 유럽으로 치자면 ‘어떤 국가에 진출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검토하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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